날짜선택
  • 미로의 세계, 물고기 이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2〉

    미로의 세계, 물고기 이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2〉

    남해도의 어촌을 조사하던 2012년 여름. 정치망(물고기가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기 어렵게 만든 어구)에 잡힌 물고기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동행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다. 그물을 올리자 잔뜩 잡힌 멸치 속에 80cm 내외의 물고기 대여섯 마리가 섞여 있었다. 선장은 ‘돈 되는 건…

    • 2020-11-13
    • 좋아요
    • 코멘트
  • ‘바다 보리’의 계절[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1〉

    ‘바다 보리’의 계절[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1〉

    “승상 거북, 승지는 도미, 판서 민어, 주서 오징어, 한림 박대, 대사성 도루묵, 방첨사 조개, 해운공 방개, 병사 청어, 군수 해구, 현감 홍어, 조부장 조기, 부별 낙지, 장대, 승대, 청다리, 가오리, 좌우나졸 금군 모조리, 상어, 솔치, 눈치, 준치, 멸치, 삼치, 가재, 개…

    • 2020-10-23
    • 좋아요
    • 코멘트
  • 바다가 기억하는 세 번의 아픔[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0〉

    바다가 기억하는 세 번의 아픔[김창일의 갯마을 탐구]〈50〉

    침몰된 여객선에서 생존한 해녀를 추적하다가 참담한 사실을 알게 됐다. 가덕도 노인들에게 기억나는 과거 사건을 물었더니 너나없이 ‘한일호 침몰’을 들었다. “방파제와 해변가 몽돌밭에 수십 구의 시신이 누워 있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100명이 넘게 탔는데 12명만 살았어요. 그날은…

    • 2020-09-11
    • 좋아요
    • 코멘트
  • 꼼장어, 장어가 아니면 어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9〉

    꼼장어, 장어가 아니면 어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9〉

    “독일에서 40년 넘게 살아 보니 가족이나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옅어지고,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만 갔어요. 독일에서는 김치찌개, 된장찌개가 그렇게 먹고 싶더니 남해독일마을로 이주하니 이제는 독일 빵과 소시지가 생각나요.” 독일에서 수십 년을 살다가 남해독일마을로 이주한 파독…

    • 2020-08-21
    • 좋아요
    • 코멘트
  • 간통의 변신[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8〉

    간통의 변신[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8〉

    잡은 물고기를 바다 위에서 매매하는 대규모 어시장이 열리던 때가 있었다.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냉동시설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1960, 70년대까지 파시(波市)가 열리는 바다는 성황을 이뤘다. 연평도 위도 흑산도는 조기, 욕지도 거문도 청산도는 고등어, 임자도 덕적도 신도는 민어 파시가 …

    • 2020-07-31
    • 좋아요
    • 코멘트
  • 조선시대의 해남, 포작인[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7〉

    조선시대의 해남, 포작인[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7〉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일은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소하지 않다. 현재의 생활상을 기록하는 것은 단순한 사실을 적는 행위가 아니라 사실과 사실을 엮어서 만든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주민들과 함께 사계절을 보내며 울산의 어촌을 조사할 때다. 해녀 물질이 끝날 즈음이면 필자…

    • 2020-07-10
    • 좋아요
    • 코멘트
  • 떼배와 LNG 운반선[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6〉

    떼배와 LNG 운반선[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6〉

    얼마 전 배와 관련된 두 기사가 눈에 띄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사상 최대 규모로 수주했다는 기사와 원시적인 어선인 떼배를 국가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하도록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과 2027년까지 23조 원 규모, …

    • 2020-06-19
    • 좋아요
    • 코멘트
  • 해녀 잠수복은 누가 만들었을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5〉

    해녀 잠수복은 누가 만들었을까[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5〉

    ‘잠녀(해녀) 옷 짧아, 알몸으로 만경의 물결 속에 자맥질하네. 요즘 일은 힘들고 어물 잡기 어려운데, 예사로 채찍질하는 관아는 몇 곳인가?’라는 시에서 조정철(趙貞喆)은 제주 유배 때 본 해녀의 처참한 모습을 담았다. ‘위태롭구나, 전복 따는 여인이여. 바다에 나가 맨몸으로 들어가네…

    • 2020-05-29
    • 좋아요
    • 코멘트
  • 북태평양을 오가는 민물장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4〉

    북태평양을 오가는 민물장어[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4〉

    단골 장어구이 음식점에서 아내와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나는 민물장어(뱀장어)가 어떻게 양식되는지를 설명했고, 듣고 있던 아내는 “이게 민물장어였어?”라는 말로 놀라게 했다. 10년 넘게 다닌 집에서 지금껏 바닷장어(붕장어)인 줄 알고 먹었단다. 간판이나 메뉴판에 민물…

    • 2020-05-08
    • 좋아요
    • 코멘트
  • 작은 섬, 연도에 여인들이 살았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3〉

    작은 섬, 연도에 여인들이 살았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3〉

    섬에는 여자들만 남았다. 남자들은 고기 떼를 찾아 흑산도, 연평도 등지로 떠나고 없다. 남자들이 섬을 비웠을 때 상(喪)이 나면, 남아있는 여성들이 장례를 치러야 했다. 작은 생활터전이 묘지로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맞은편에서 400m 떨어진 무인도를 공동묘지로 사용했다. 여자…

    • 2020-04-17
    • 좋아요
    • 코멘트
  • 부산 송도해변의 인어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2〉

    부산 송도해변의 인어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2〉

    “네 명의 누님들이 해녀였어요. 어릴 때부터 물질하는 어머니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배운 겁니다. 10대 후반부터는 바깥물질을 다녔습니다. 2월 말에 뭍으로 나가서 추석이 지나 제주로 돌아왔어요. 육지 해안에서 해산물을 채취한 돈으로 가족을 부양한 거죠. 셋째, 넷째 누님은 70대 중…

    • 2020-03-27
    • 좋아요
    • 코멘트
  • 잃어버렸던 멸치의 우리 이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1〉

    잃어버렸던 멸치의 우리 이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1〉

    “지리, 지가이리, 가이리, 가이리고바, 고바, 고주바, 주바, 오바.” 지난주 마트 건어물 진열대를 둘러보다 건조멸치 포장지에 시선이 고정되는 순간 언짢아졌다. 내친김에 진열된 건조멸치 상품명을 샅샅이 살폈다. 예외 없이 일본식 명칭이었다. 몇 년 전에 권현망, 유자망, 양조망 …

    • 2020-03-06
    • 좋아요
    • 코멘트
  • 청춘들이 만든 이름, 고갈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0〉

    청춘들이 만든 이름, 고갈비[김창일의 갯마을 탐구]〈40〉

    비릿한 내음과 대학생들의 열기, 술잔 부딪치는 소리 가득하던 도심의 골목길. 주머니 사정 어렵던 청춘들의 우정과 낭만을 풀어놓던 장소가 부산 고갈비 골목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문을 닫는 점포가 늘어났다. 생선 굽는 냄새와 자욱한 연기, 젊은이들 노랫가락이 흐르던 공간…

    • 2020-02-14
    • 좋아요
    • 코멘트
  • 극한 노동의 응축, 멸치액젓[김창일의 갯마을 탐구]〈39〉

    극한 노동의 응축, 멸치액젓[김창일의 갯마을 탐구]〈39〉

    밑반찬은 물론이고 젓갈, 액젓, 분말 등 감칠맛을 내는 데에 빠뜨릴 수 없는 식재료. 우리 식탁에서 멸치의 위상을 넘는 생선이 있을까? 조연처럼 보이지만 실은 맛의 주연이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멸치를 추어(추魚), 멸어(蔑魚)라 했다. ‘업신여길 멸(蔑)’ 자에서 알…

    • 2020-01-24
    • 좋아요
    • 코멘트
  • 못난이에서 ‘귀한 몸’ 된 물메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38〉

    못난이에서 ‘귀한 몸’ 된 물메기[김창일의 갯마을 탐구]〈38〉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바닷물에 되던졌던 물고기. 떨어지면서 텀벙거린다 하여 ‘물텀벙이’라고도 했다. 아귀, 삼세기, 물메기 등은 생김새가 흉측하고 살이 물컹거려 잘 먹지 않았다. 남해안의 창선도가 고향인 필자는 물메기에 대한 유년의 기억이 남다르다. 겨울철, 선창가에 쌓여 있는 물메기…

    • 2020-01-03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