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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상대의 것…마음까지 해결해주려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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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상대의 것…마음까지 해결해주려 하지 마세요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입력 2019-10-21 16:13수정 2019-10-2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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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놀이동산에 왔다. 매번 놀이동산에 오면 선물가게에서 장난감을 이것저것 사달라고 하는 아이라 오늘은 미리 아무것도 안 사기로 약속을 했다. 재미있게 잘 놀고 나오면서 아이는 오늘도 선물가게에 들르자고 했다. 엄마는 내심 불안했지만 아이가 보기만 할 거라고 해서 들어갔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또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다. 엄마는 “너 안 사기로 약속 했잖아. 안 돼!”라고 딱 잘라 말했다. 아이는 서너 번 조르다가 결국 엄마 손에 이끌려 나왔다.

놀이공원의 출구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오리 입을 하고선 저만치 뒤에서 터덜터덜 걸어왔다. 몇 번을 “빨리 와~”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계속 한여름 아스팔트 위에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다. 보다 못한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얼른 안 와! 너 정말 너무 한다. 놀이동산 오자고 해서 왔고, 신나게 놀았으면 됐지. 안 산다고 약속해놓고 왜 그래? 이럴 거면 다음부터 놀이동산 오지 마!” 엄마는 아이 쪽으로 쿵쿵 걸어가서는 아이의 팔을 낚아채듯 세게 잡아끌었다. 아이는 삐쭉거리다 울음을 터뜨렸다. “나 이제 놀이동산 안 올 거야. 다시는 안 올 거야.” 엄마는 “뭘 잘했다고 울어? 너 엄마가 분명히 들었어. 다시는 안 온다고 했어!”라고 말했다.

어떤 여자가 있다. 이 여자는 이번 달에 돈을 너무 많이 쓴 것 같아서, 더는 쓰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와 백화점에 갔다가 너무 예쁜 샌들을 발견했다. 굉장히 편해보였고, 가격도 저렴했다. 하지만 여자는 퍼뜩 ‘아, 안 되지. 더 쓰면 안 되지’라고 생각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여자는 퇴근하고 들어온 남편에게 낮에 본 샌들 이야기를 했다. “여보, 나 그 샌들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신으면 엄청 편할 것 같았거든. 그거 혹시 세일 안 할까? 세일하면 그때라도 가서 살까?” 했다. 남편은 여자를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당신이 애야? 이번 달 우리 집 사정 몰라? 안 되는 거 알면서 왜 자꾸 얘기해?”라고 말했다. 여자는 기분이 확 나빠져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늘 말하듯 마음은 자유로울 수 있다. 생각도 자유로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결정이다. 자아기능으로 욕구를 잘 조절해서 현실에 맞게 상식적으로 마지막 행동을 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첫 번째 사례의 아이도, 두 번째 사례의 여자도 모두 마지막 결정은 잘했다. 아이는 어쨌든 안 간다고 바닥을 뒹굴지도 않고, 선물가게에서 장난감을 사지 않고 나왔다. 여자도 어쨌든 샌들을 사지 않고 그냥 집에 왔다. 그러면 된 거다. 아이에게는 “그 장난감이 많이 가지고 싶었구나”하고 데리고 오면 되고, 여자에게는 “당신, 그 샌들 굉장히 마음에 들었었나 보네”하고 끝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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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마음을 해결해주려고 한다.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는 더 하다.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지 못해서 속상한 아이의 마음, 마음에 들었던 샌들을 사지 못하고 와서 아쉬운 아내의 마음은 그냥 두면 된다. 마음은 해결해 줄 수도 없고, 해결해 줘서도 안 되는 것이다. 마음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의 주인뿐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해결이란 불편한 그 감정이 소화가 돼서 다시 정서의 안정감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생각하는 마음의 해결은 그것이 아니다. 그냥 ‘끝’을 보는 것이다. 상대가 징징거리는 그 행동을 멈추고, 상대가 속상해 하거나 아쉬워하는 그 말을 ‘그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화를 내서 못하게 하거나 목청을 높여서 자꾸 설명한다. 비난도 하고 협박도 하고 애원도 한다.

왜 그렇게 상대의 마음을 해결해주려고 하는 걸까. 상대의 불편한 마음을 들으면 내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계속 그 모습을 보고 그 말을 들으면, 내 마음이 계속 불편해져서 견딜 수가 없으니, 상대가 그 마음을 표현하지 말게 하려는 것이다. 결국 내 마음이 편하고 싶은 것이다.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서적인 억압이다. 내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 상대의 정서를 억압하는 것이다.

마음은 상대의 것도, 나의 것도 그냥 좀 두어야 한다. 흘러가는 것을 가만히 보아야 한다. 흘러가게 두어야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볼 수 있다. 상대도, 나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을 볼 수 있어야 감정이 소화도 되고 진정도 된다. 상대의 마음이 파악도 되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도 조금은 알게 된다. ‘아, 지금 내가 불안하구나’ ‘아, 아이가 지금 기분이 좀 나쁘구나. 기다려주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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