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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도 회의도 ‘짧고 굵게’… 야근율 32%→1%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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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도 회의도 ‘짧고 굵게’… 야근율 32%→1%로

강승현 기자 , 신희철 기자 입력 2019-01-21 03:00수정 2019-01-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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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35시간’ 정용진 부회장 실험 1년… 이마트 업무 ‘선택과 집중’
17일 오후 5시경 서울 성동구 이마트 본사 1층 어린이집에서 코스메틱개발팀 장명희 과장이 아이와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 장 과장은 “주 35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근무시간 동안 긴장감은 높아졌지만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세계그룹 제공
이마트 코스메틱개발팀 장명희 과장(38)은 지난 1년 사이 회사에서 말과 행동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시간을 여러 번 확인하고 출근 전 우선순위를 정해 계획적으로 업무를 하게 된 것도 새로 생긴 습관이다.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즐겼던 커피 한잔의 여유는 사라졌다. 장 과장은 “일을 하는 동안에는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장 과장이 달라진 건 2018년 1월 신세계가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계열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5시 퇴근하는 하루 7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한다. 오후 5시 20분이 되면 업무 컴퓨터는 자동 종료된다.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주 35시간 근무제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시행하는 것으로 성공적 사례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파격적 제도 시행 1년 동안 이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 업무 강도 높아졌지만 ‘긍정적 스트레스’

근무시간이 크게 줄면서 성격이 급해지고 업무 강도가 높아졌지만 장 과장은 이를 ‘긍정적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회사 일은 바빠졌지만 그만큼 두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다. 장 과장은 “아이와 함께 장을 보고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 이렇게 큰 행복인 줄 몰랐다”면서 “야근 때문에 같이 시간을 보내자는 약속을 자주 못 지켰는데 주 35시간 근무제 덕분에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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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박지민 과장
이마트 점포리셋팀 박지민 과장(34)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잘 지켜지는 현재 직장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과장은 퇴근 후 사내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일주일에 3번은 종로의 한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운다. 입사 초기부터 하고 싶었지만 저녁까지 이어지는 업무 탓에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이마트 사내 헬스장 이용자 수는 하루 200명가량으로 제도 시행 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집중 근무’ 정병규 부장
워킹맘이나 젊은 직원들의 삶만 바뀐 게 아니다. 입사 20년이 다 되어가는 이마트 공정거래팀 정병규 부장(44)의 아내는 최근 저녁 운동을 시작했다. 이는 정 부장의 ‘이른 퇴근’ 덕분이다. 그는 “아내 대신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숙제도 봐주고 저녁도 챙겨준다”면서 “근무제도가 바뀌면서 우리 가정에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오후 5시 퇴근을 원칙으로 하면서 야근 때면 하던 ‘번개 술자리’나 회식도 거의 사라졌다. 각자 업무가 바쁘기 때문에 회의 때 팀장들이 ‘일장 연설’을 하는 경우도 없어졌다. 정해진 시간 내에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회의 시간도 최대 30분으로 정해놓고 진행하는 부서가 대부분이다.

○ 야근율 32%에서 1% 미만으로

20일 신세계에 따르면 이마트 본사 야근율은 제도 시행 이전 32%에서 제도 시행 이후 1% 미만으로 급감했다. 회의가 줄면서 1일 A4 용지 사용량은 120박스에서 100박스로 감소했다.

물론 지난 1년간 여러 시행착오도 거쳤다. 장 과장은 “시행 초기에는 갑자기 높아진 업무강도 때문에 몸살이 나는 직원이 있을 정도였다”며 “마라토너가 하루아침에 단거리 육상선수로 변신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업무에 집중한 만큼 시간적 보상이 뒤따르면서 이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줄어든 근로시간으로 업무처리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주변 우려와 달리 일의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는 게 직원들의 반응이다. 박 과장은 “불필요한 현장 업무는 줄이고 협업을 늘려 업무 속도를 끌어올렸다”며 “경영진이 강한 의지를 갖고 전사적으로 실시한 제도인 만큼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는 데 큰 지장은 없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부득이하게 야근을 해야 할 경우에는 일한 시간만큼 늦게 출근하는 등의 유연근무제를 통해 주 35시간을 맞추고 있다. 명절 시즌이나 월말 결산 등 바쁜 시기에는 부서별, 업무별 특성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한다. 신세계의 근로시간이 대폭 줄면서 협력업체가 업무처리에 불편을 겪는 등의 문제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당직 근무자가 있지만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해당 담당자가 퇴근해 고객 응대나 업무처리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신희철 기자
#주35시간#정용진 부회장#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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