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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돌과 철의 속삭임… 베르사유의 눈과 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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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돌과 철의 속삭임… 베르사유의 눈과 귀 열다

고미석기자 , 파리=전승훈 특파원입력 2014-06-17 03:00수정 2014-06-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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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 거장 이우환 신작전, 佛서 17일 개막 11월 2일까지 열려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17일 한국 작가 최초로 이우환 씨의 대규모 개인전이 개막한다. 자연을 상징하는 돌과 산업사회를 상징하는 철판의 만남을 소재로 한 입체작품 ‘관계항’ 10점을 정원 곳곳에 선보였다. 국제갤러리 제공
프랑스 절대 왕정을 상징하는 베르사유 궁의 정원에 낯선 금속 조형물이 등장했다. 높이 12m, 길이 30m에 이르는 스테인리스 철판이 무지개 모양으로 휘어져 있고 그 양쪽 끝에 커다란 돌이 하나씩 좌정해 있다. 하늘과 땅 사이를 가르며 미묘한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는 초대형 구조물은 바로 이우환 씨(78)의 ‘관계항-베르사유의 아치’란 입체작품이다. 베르사유 현대미술전 올해의 초대작가로 선정된 이 씨는 한국 작가 최초이자 제프 쿤스(미국), 무라카미 다카시(일본) 등에 이어 2008년 이후 역대 7번째로 개인전을 꾸몄다.

무지개 모양의 금속성 아치인 ‘관계항-베르사유 아치’(위 사진)를 비롯해 베르사유 정원의 구석구석에 ‘관계항’을 화두로 한 신작(아래 사진)이 자리 잡고 있다. 국제갤러리 제공
17일부터 11월 2일까지 열리는 ‘이우환, 베르사유’전에선 17세기 천재 조경설계사 르노트르가 설계한 바로크식 정원에 9점, 박물관에 1점 등 신작으로 ‘관계항’ 10점을 선보였다. 이 전시를 위해 50번 가까이 현장을 찾았다는 작가는 “완벽하게 꾸며진 인공 정원에서 무슨 일이 가능한지를 고민했고 결국 그 완벽을 넘어서려는 게 내 작업”이라고 말했다. 정원 중심축을 따라 초록빛 풀밭과 관목으로 조성된 미로에 군데군데 배치된 작품은 관람객에게 ‘숨은 보물찾기’를 제안한다. 자연을 상징하는 돌과 산업사회를 대표하는 철판이 서로 마주 보거나 한데 어우러진 작품, 무덤처럼 땅을 파서 돌을 안치한 작품, 자연석에 무심히 기대놓은 철근 등이 보인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만든 것과 만들지 않은 것, 자연과 문명, 안과 밖 등 양면성을 끌어안으면서 ‘비움의 미학’을 성찰한 작업이다.

작가는 “이만한 규모로 작품을 하는 기회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고백할 만큼 모든 것을 전시에 쏟아 넣었다. 덕분에 프랑스 정원의 걸작으로 꼽히는 공간에 ‘여백의 예술’이 스며들어 한몸을 이뤄냈다. 동서 미학의 조화로운 화음을 보여준 작업에 호평이 이어졌다. 르몽드(12일자)는 ‘돌과 금속으로 된 그의 작품은 장소 위에 군림하거나 정복하지 않는다. 대신 풍경에 삽입되면서 기존에 잘 알려진 장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새로움을 던져준다. 이번 전시는 베르사유에서 보기 힘든 가장 모험적이고 시적인 영감을 창조하는 전시의 상징으로 기억될 것이다’는 리뷰를 실었다. 리처드 바인 ‘아트 인 아메리카’ 편집인은 “재료에 대한 순수성과 물질성을 잘 보여주는 동시에 자연과 환경에 대한 조화로운 해석이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전시를 기획한 알프레드 파크망 전 퐁피두센터 관장과 카트린 페가르 베르사유 박물관장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페가르 관장은 “이우환의 작품은 우리를 조용하고 매혹적인 그의 시 속으로 이끈다”고 평했다.


이 씨는 백남준에 이어 국제무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 출신의 현대미술가로 손꼽힌다. 서울대 미대 중퇴 후 1956년 일본으로 건너가 전위적 예술운동인 ‘모노하’의 중심인물로 활동했다. 파리와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2011년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도 개인전을 열어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그의 작품은 철학적이지만 자연과 인공의 관계 맺기, 작품과 장소의 대화에 주목할 뿐 해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작가는 “오늘날 빠른 속도와 대량 소비에 지친 사람들이 작품 앞에 잠시 멈춰서서 다른 상상과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 작가 이름이나 작품 제목을 몰라도 신기하다는 느낌만 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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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고미석 기자
#베르사유 궁#이우환#관계항-베르사유의 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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