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선 분위기로 끝난 한일 외교장관 회담…정상회담 안갯속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4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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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를 계기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외교부 제공
한일 정상회담의 ‘준비 회담’ 성격이었던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날선 분위기 속에 마무리되면서 내달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 계기로 열리게 된 양국 외교장관 회담 후 외교부 발표 자료엔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했다는 내용조차 한줄 담기지 않았다. 결국 강제징용 배상문제 등 민감한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양국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협력,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를 논의하고 있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양측이 ‘공조 강화’ 방침을 확인하거나 ‘공감’을 이룬 분야로는 ‘한반도 문제’와 ‘양국 간 문화·인적 교류’ 만 언급됐다. 일본이 최근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한일 정상회담이 난기류에 휩싸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노 외상은 ‘외교 결례’라는 지적에도 이날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차 주장하며 고강도 압박을 이어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노 외상은 “(강제징용 배상문제는 G20 정상회의 때) 해결돼 있는 것이 한일 관계에 바람직하다”며 “문 대통령이 대응책을 생각하지 않으면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에 대해 “일본 측의 신중한 언행이 중요하다”고 맞대응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갈등의 핵심은 강제징용 배상문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제기한 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조절절차의 각각 1·2단계인 양자협의와 중재위원회 개최 요청에 거리를 두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강제징용 판결 원고 측을 직접 접촉하는 등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원칙에 대해선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대통령 책임’까지 거듭 거론하면서 오히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사전에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한일 미래적 관계에 대한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한일 정상회담을 갖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한일관계 개선 요구는 외교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24일 복수의 한미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1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을 찾은 전직 국무부 고위관계자는 “국무부 내에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라고 워싱턴 기류를 전했다.

한편 국회는 24일 한일의회외교포럼을 출범하고 양국 갈등을 풀기 위한 활로 찾기에 나섰다. 일왕 사죄 발언 등 강경 모드를 이어가던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접 명예회장을 맡았으며 포럼 회장은 국회 최다선(8선)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맡았다. 여야 의원 16명과 신각수·라종일·최상용 전 주일대사, 남기정 서울대 교수, 이원덕 국민대 교수 등이 자문위원으로 구성됐으며 6월 중 일본 방문을 추진 중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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