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전 英총리 WP 기고 “부산의 기적, 더 많은 나라로 퍼뜨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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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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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원조성공 대표 사례”

“50년 전 부산의 이미지는 무너질 듯한 부둣가에 원조식량 포대가 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막 전쟁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생활물자를 외부의 지원에 의존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원조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부산에 모이는 전 세계 지도자들은 과거와는 아주 다른 부산의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29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4차 세계개발원조총회에 참석하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사진)는 27일 미국 워싱턴포스트 오피니언 면(A23면)에 게재한 기고문을 통해 부산을 개발 원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고 “더 많은 나라가 부산 같은 놀라운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제사회 원조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6·25전쟁 직후 국제원조를 받는 대상이었던 가난했던 부산이 50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나라에 원조를 하는 ‘한국 기적(Korean miracle)’의 작은 사례가 됐다”고 했다. 이어 “원조를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부산이 이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바쁜 상업 항구로 변신해 전 세계 선진기술이 오가는 곳이 됐다”며 “부산은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변모한 대표 사례”라고 밝혔다.

그는 “선진국 원조가 성공을 거두고 지구촌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새로운 관계를 맺고 노력한다면 향후 한 세대 안에 원조에 의존하는 나라가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원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원조 후 관리와 경제성장 지원, 선진국과 저개발국의 상호 이해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공동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원조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해 저개발국 정부가 자국민을 구제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관리 문제는 세계 많은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커다란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국제사회가 이번 주 한국에서 열리는 부산총회에서 개발원조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만드는 일에 적극 나선다면 부산항은 (최빈국 도시들인) 서아프리카 연안에 있는 시에라리온의 프리타운이나 라이베리아의 몬로비아가 지향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7년 영국 총리에서 퇴임한 블레어 전 총리는 국제원조가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 원조 받는 나라의 리더십 구축을 지원하는 ‘아프리카 관리계획’이라는 민간기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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