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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올드 이즈 더 뉴 뉴]아날로그로 ‘되감기’… 카세트테이프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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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올드 이즈 더 뉴 뉴]아날로그로 ‘되감기’… 카세트테이프가 돌아왔다

임희윤기자 입력 2017-05-17 03:00수정 2017-05-17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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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시장의 부활
포크가수 김두수의 카세트테이프 제작에 쓰인 일제 카세트덱(첫번째 사진)과 서울 마포구 ‘도프 레코즈’ 매장. 16일 오후 이 매장에서는 김윤중 대표(두번째 사진 오른쪽)와 마크 이사가 2만여 점의 카세트테이프를 정리하는 작업을 벌였다. 김경제 kjk5873@donga.com·임희윤 기자
임희윤 기자
“당신은 엄마를 죽이고 내 워크맨도 망가뜨렸어!”

이달 초 개봉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의 한 장면. 주인공 피터 퀼(크리스 프랫)이 외치는 대사가 이 시점에 중요하다. 관객 수 250만 명을 돌파한 이 작품이 워크맨과 카세트테이프를 핵심 소품으로 삼은 타이밍은 절묘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12만9000장의 카세트테이프가 팔렸다. 테이프 시장의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74% 늘었다. CD, LP 등 모든 음악 재생 매체를 통틀어 성장률 1위가 테이프다. 2000년대 일어난 LP 열풍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이번엔 카세트 시장의 부활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뜻밖의 되감기’… 카세트테이프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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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도화2안길의 한 건물 지하로 내려서자마자 휴대전화 속 시계와 달력이 고장을 일으킨 것 같았다. 7월 개업을 앞두고 정리 작업이 한창인 ‘도프 레코즈’ 매장 안 3면의 벽에 카세트테이프 1만 개가 빼곡하다. 김윤중 도프 레코즈 대표(42)는 5년 전부터 국내외에서 중고와 새 테이프 2만3000점을 사들였다. 조용필 김연자의 1980년대 테이프부터 미국 헤비메탈 밴드 테스터먼트의 신작까지 종류도 ‘광폭’이다. “몇 년간 온라인 음반 몰을 운영하면서 사무치게 손맛에 목마른 마니아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른 것보다, 재밌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옛 가요 테이프는 1000원대부터 판다. 포장을 뜯지 않은 중고 가요 중 ‘풍문으로 들었오’(양키스)가 담기거나 최헌이 속했던 불나비 테이프처럼 희귀한 것은 3만 원까지 한다. 워크맨과 카세트덱도 판매할 계획이다.

전날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양화로 ‘소노리티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는 이재수 대표(48)가 헤드폰을 기자에게 건넸다. 헤드폰이 연결된 곳은 카세트덱. 3년 전 카세트에 빠졌다는 그는 포크가수 김두수의 2002년 앨범 ‘자유혼’을 카세트테이프로 100장 한정 제작해 다음 달 재발매한다. 음반의 음질을 최종 결정하는 마스터링 전문가인 그가 들려준 테이프 음질은 장난이 아니다. “24bit/96kHz 규격의 오리지널 녹음 파일 음원을 바로 테이프로 옮겼습니다.” 일반 공테이프보다 품질이 좋은 크롬 공테이프를 미국에서 공수해 제작했다.

○ ‘가디언즈 오브 카세트’… 새 수호자는 젊은이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사운드트랙 음반의 카세트테이프 버전.
홍익대 인근 젊은 힙스터(유행 선도자)들의 요람으로 이름난 마포구 월드컵북로 ‘김밥레코즈’도 이달 중 창고로 쓰던 공간에 카세트테이프 판매대를 신설한다.

요즘 테이프 붐의 주체는 젊은 소비자와 생산자다. 감상보다 소장의 개념이 높다.

젊은 가수들은 테이프로 신작을 낸다. 지난해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5집 ‘1 of 1’을 테이프로 내 전량을 팔았다. 국내 인디밴드 푸르내, 밤신사는 근년에 CD나 음원보다 테이프로 먼저 신작을 공개해 초판을 매진시켰다.

이사 때면 제일 먼저 버려지던 카세트가 부활한 이유는 뭘까.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디지털 음원, 유튜브를 통해 무형의 음악을 무한정에 가깝게 소비할 수 있게 된 시대에 그 반작용으로 손에 잡히는 것에 대한 향수 또한 강해졌다. 3만 원을 호가하는 LP(신작 기준)의 약 3분의 1 가격으로 좋아하는 음악가의 일부를 소장한다는 데에도 매력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엔 네이버 카페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이 문을 열었다. 회원수가 최근 900명을 넘어섰다. 워크맨과 덱의 구입·수리 관련 정보가 활발히 공유된다.

해외의 테이프 ‘성지’에 원정 가는 마니아들도 생겨났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잭나이프 레코즈&테이프스’, 일본 도쿄의 ‘왈츠’는 수만 점의 카세트테이프가 장관을 이루는 곳.

워크맨과 덱의 중고가는 1년 새 2, 3배까지 올랐다. 명기(名器)로 통하는 일제 ‘나카미치’ 덱 일부 모델, 워크맨 중 ‘아이와 PX1000’의 금장 특별판은 중고가가 100만 원을 넘겼다. 신품 생산도 기지개를 켠다. 리투아니아의 시청각 예술집단 ‘브레인몽크’는 손가락만 한 막대 형태로 테이프에 끼우면 음악을 디지털로 변환해 들려주는 신개념 워크맨 ‘엘보’를 이달 초 내 세계 시장의 조명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와 일부 지역 전자제품 수리점에 아직은 테이프 재생기 수리 전문가들이 남아 있다. 자, 이제 엄마가 어딘가 박아두신 워크맨과 카세트를 다시 찾아 꺼낼 때다.-끝-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카세트 시장#카세트테이프#가디언즈 오브 카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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