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숨은 꽃]충무아트홀 무대감독 김재홍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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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음향-세트이동 칼같이 지휘
막이 내려야 안도하는 무대편집자

충무아트홀 대극장 오디오석에 앉은 김재홍 무대감독. 무대 왼편 깊숙한 곳에 위치한 무대감독석이 어두워 1층 객석 맨 뒤의 오디오석으로 불러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충무아트홀 대극장 오디오석에 앉은 김재홍 무대감독. 무대 왼편 깊숙한 곳에 위치한 무대감독석이 어두워 1층 객석 맨 뒤의 오디오석으로 불러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뮤지컬 ‘헤어스프레이’가 공연 중인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 짜릿한 로큰롤 비트의 음악과 관객의 폭소, 박수소리 속에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무대 왼편 어두컴컴한 좌석에 앉아 3개의 모니터를 살펴보며 헤드셋 마이크로 끊임없이 뭔가를 지시하는 사람이 보였다.

모니터에는 왼편에서 한창 진행 중인 공연 상황, 오케스트라 피트의 상황, 그리고 암전됐을 때 무대 상황을 보여주도록 적외선카메라에 찍힌 장면이 비친다. 그는 지휘자의 지휘와 배우들의 노래 가사에 맞춰 조명과 음향, 이동세트의 진출입 지시(콜링)를 보낸다.

“플라이(무대 상부장치) 12, 오토(자동 무대장치) 3, 데크 5(수동 무대장치) 스탠바이, 라이트 32 고(go), 플라이 오토 데크 고.”

그는 15년 경력의 베테랑 무대감독 김재홍 씨(47)다. 김 감독은 1997년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를 시작으로 ‘페임’ ‘토요일 밤의 열기’ ‘아이다’ ‘에비타’ ‘맘마미아!’ 등 주로 대형뮤지컬 무대감독을 맡아왔다. 지난해엔 국립극장 해오름대극장에서 최초의 대극장 연극으로 선보인 ‘산불’의 무대감독도 맡았다.

“무대감독요? 공연과 관련해 이것저것 온갖 잡동사니를 다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큐사인을 보내는 일 외에도 배우 스케줄 관리하는 조연출 일도 해야 하고, 무대 세팅하는 ‘노가다 십장’ 역할도 해야죠. 공연이 올라간 뒤에는 연출가는 없어도 되지만 무대감독은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장을 지켜야 합니다.”

국내에서 무대감독이란 직책이 전문직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동인제 극단 시절 배역을 맡지 못한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맡는 게 무대감독이었다. 감독이란 직함이 붙지만 영어로는 스테이지 디렉터(stage director)가 아니라 스테이지 매니저(stage manager)다. 과거 조명감독 미술감독 의상감독의 호칭이 요즘 조명디자이너 무대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로 바뀐 것과 다른 점이다.

“무대감독은 창조적 예술가가 아닙니다. 그 대신 남들이 구상해온 작업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돕는 사람이죠. 그래서 예민한 성격은 안 되고 차분하고 꼼꼼하면서도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만사에 긍정적인 성격을 갖춰야 합니다.”

그러나 무대감독 직은 공연과 관련된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모든 정보가 집결되는 창구다. 30여 년간 브로드웨이에서 무대감독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극장사람들’이란 책을 펴낸 보 메츨러는 “무대감독은 공연 제작이 결정된 순간부터 종료되는 순간까지 중추(hub)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 말에 웃으며 답했다. “전 휴지통이란 표현을 씁니다. 더러운 것이 묻으면 휴지로 닦아서 버릴 휴지통이 필요하듯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찌꺼기와 부산물을 받아 내줘야 할 사람이 필요한 법이죠. 그게 무대감독의 역할이에요.”

혹자는 ‘무대감독 가라사대’에 따라 무대 위 세계가 뒤바뀐다는 점에서 조물주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김 감독도 무대감독으로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 뮤지컬 ‘아이다’에서 3분짜리 노래를 부르는 동안 90번에 가까운 콜링을 보낼 때라고 말했다.

“콜링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휘자의 손끝, 배우의 노랫말에 딱딱 맞춰 무대를 변화시켜야 하니까요. 그래서 해외 작품은 DVD를 보면서, 초연작은 대본과 악보에 하나하나 메모하면서 길게는 한 달씩 개인연습을 합니다.”

지난해 법인화된 무대감독협회에서 등록된 무대감독은 200여 명이지만 활발히 활동하는 무대감독은 50명 안팎. 연우무대에서 3년간 배우로 활약했던 김 감독은 “배우에 대한 존경심, 무대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고생만 바가지로 하는 직업이니까 얼씬도 하지 말라”면서도 선한 눈웃음을 지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공연게 숨은 꽃#무대감독#충무아트홀#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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