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서울 청담동 뜨락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28분


감나무 매실나무 대추나무 포도나무가 우거져 있다. 마당 안뜰에 널찍하게 마련된 나무식탁에 앉아 한우 등심을 구워 먹는다. 저녁에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애인이나 가족끼리 수다를 떨면서 은행이랑 떡꼬치 등을 구워 먹으며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뜨락’(02-543-2987). 영동대교 바로 남단 현대 오일뱅크 주유소 사이의 좁은 골목을 끼고 들어가면 된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이라 그런지 돈 내고 사먹어도 주인댁한테 대접받는 듯한, ‘송구스러운 느낌’ 을 갖게 된다. ‘뜨락’이란 이름은 ‘뜰’의 이북사투리에서 비롯됐다.

2명의 여주인은 자매다. 원래 여행 다니며 맛있는 집 찾아서 음식 먹는 것이 취미였던 자매는 둘 다 50세가 넘어서자 “애들도 다 키웠고, 이젠 우리가 제대로 한 번 음식을 만들어 보자”며 뜻을 모았다.

밑반찬으로 주는 가자미식해 산초장아찌 꼴뚜기젓은 함경도식이다. 2명의 주인 중 동생의 시댁이 함경도라 여러 가지 요리법을 전수 받았다고 한다. 된장 고추장 김치 등 사소한 것들도 전부 손수 만든다. 주인들은 “조미료를 넣으면 나부터 매슥거리게 된다”며 ‘손맛’임을 강조한다. 후식으로 나오는 수정과도 직접 담근 것이다. 경기 여주군에서 가져온 다양한 모양의 도기(陶器)에 반찬들을 담아낸다.

등심(1인분 1만8000원)과 누룽지, 흑미밥, 된장, 잔치국수 등의 보조메뉴들을 빼고 다른 메뉴는 없다. 찐 호박, 더덕, 은행, 고구마를 고기와 같이 구워 먹는 ‘행위’ 자체도 다른 고기집에서는 해보기 힘든 경험이다.

단골이 되면 떡꼬치에 찍어 먹는 남아프리카공화국산 토종꿀도 내준다. 단맛이 ‘깊다’고나 할까. 추석연휴 때 전과 송편에 질린 사람들은 친척들을 모아서 한번 가볼 만하다. 웬만하면 예약을 해서라도 마당에 있는 야외 식탁에서 먹는 게 좋다. 주차 가능. 추석 당일(10월 1일)만 쉰다.

<조인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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