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장환수의 數포츠]박지성 올 연봉이 6년전 김병현보다 적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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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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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선수단 평균 소득에서는 축구가 야구를 앞선다. 하지만 전체 시장 규모에선 미국 스포츠인 야구와 농구가 유럽 축구를 압도한다. 박찬호(왼쪽)가 2001년 말 텍사스와 계약한 연봉(5년간 6500만 달러)은 메이저리그 톱10에도 못 미쳤지만 당시 축구 최고 연봉을 자랑하던 지네딘 지단의 두 배 수준이었다. 동아일보 DB
전 세계적으로 선수단 평균 소득에서는 축구가 야구를 앞선다. 하지만 전체 시장 규모에선 미국 스포츠인 야구와 농구가 유럽 축구를 압도한다. 박찬호(왼쪽)가 2001년 말 텍사스와 계약한 연봉(5년간 6500만 달러)은 메이저리그 톱10에도 못 미쳤지만 당시 축구 최고 연봉을 자랑하던 지네딘 지단의 두 배 수준이었다. 동아일보 DB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연봉 조사기관의 자료는 눈여겨볼 만하다. 유망 직업과 직무가 무엇이고, 잘나가는 기업이 어디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료를 보면 직업은 치과의사, 항공기 조종사가 평균 연봉 9000만 원이 넘는 걸로 나왔다. 직무별로는 컨설팅 자문이 6000만 원이 넘어 1위였다. 대기업 초봉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5000만 원에 이르렀다. 공기업 평균 연봉은 한국거래소가 1억 원을 살짝 넘겼고, 한국투자공사가 1억 원에 육박했다.

▶스포츠계에도 유망 종목과 포지션, 구단이 있다. 국내에선 최근 몇 년 사이 야구의 가파른 성장이 눈에 띈다. 올해 정규시즌에만 700만 명에 가까운 관중을 동원한 프로야구는 스토브리그에서 돈 잔치를 벌였다. 한화 김태균이 국내로 복귀하면서 내년에 받게 될 순수 연봉 15억 원은 대한민국 스포츠의 이정표로 불릴 만하다. 그동안 최고 기록인 2004년 삼성 심정수의 7억5000만 원, 올해 두산 김동주의 7억 원, 롯데 이대호의 6억3000만 원의 두 배 이상이다. 이승엽도 삼성으로 돌아오면서 연봉 8억 원에 성적에 따른 옵션 3억 원을 내년에 받기로 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야구선수는 축구선수보다 소득이 적은 편이었다. 축구는 연봉 외에 출전수당과 승리수당이 더해진다. 챔피언스리그나 컵대회 같은 이벤트 대회가 많아 보너스를 챙길 기회도 많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있어 수당과 보너스가 연봉보다 많을 수 있다. 정확한 연봉을 발표하지 않아 대체로 추정치이지만 톱스타의 경우 5억∼10억 원 선의 소득을 올린다는 게 정설이다. 올해 이동국(전북)이나 설기현(울산) 정도 되면 10억 원이 넘을 수도 있다. 농구도 최근 삼성으로 이적한 김승현이 오리온스에서 마지막으로 받은 연봉은 6억 원으로 돼 있지만 이면 계약을 통해 평균 10억 원이 넘는 5년간 52억5000만 원을 받기로 한 게 법정 다툼을 통해 알려졌다.

▶이에 비해 야구는 출범 초기부터 프로화가 제대로 진행된 게 선수들에겐 불행이었다. 창단 기업들은 처음부터 투자와 이익이라는 기업 논리를 내세워 선수 연봉의 상승에 제동을 걸었다. ‘국보 투수’ 선동열이 해태에서 억대 연봉을 받기까지는 프로 출범 후 10년이 걸렸다. 그로부터 첫 10억 원 연봉자가 탄생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야구의 경우 선수가 워낙 많은 것도 구단이 함부로 연봉을 올려줄 수 없는 이유가 됐다. 2년 연속 최고 연봉 구단인 SK는 올해 선수단 순수 연봉으로만 60억 원을 지출했다. 참고로 올해 구단별 연봉은 SK 삼성 두산 LG 롯데 KIA 넥센 한화 순이다. SK는 평균 연봉이 1억1400만 원으로 한화(5376만 원)의 두 배를 넘겼다.

▶종목별 최고 소득 선수는 야구 김태균, 축구 이동국(12억 원·추정), 농구 김주성(7억1000만 원·2008∼2009시즌·동부), 배구 박철우(3억 원·삼성화재) 순이다. 최근 들어 처음으로 야구가 축구를 앞섰다. 그러나 선수단 전체 평균 소득에선 선수 수가 적은 농구와 축구가 야구보다 많다. 이런 사정은 해외 스포츠계에서도 비슷하다. 종목별 최고 연봉 선수는 야구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3200만 달러(약 368억 원)로 농구의 코비 브라이언트(2480만 달러·LA 레이커스)와 축구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수당 포함 1950만 달러·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한다. 그러나 선수단 평균 소득은 FC 바르셀로나가 791만 달러, 레알 마드리드가 735만 달러로 3위 양키스(675만 달러)와 4위 레이커스(654만 달러)를 앞섰다.

▶전체 시장 규모에선 미국 스포츠인 야구와 농구가 유럽 축구를 압도한다. 한화 박찬호가 2001년 말 텍사스와 계약한 5년간 65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에선 톱10에도 못 미쳤지만 당시 축구 최고 연봉 선수였던 지네딘 지단의 두 배 수준이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해 연봉은 470만 달러(약 54억 원). 반면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 연봉은 309만 달러이며 김병현이 6년 전 콜로라도에서 받은 연봉은 657만5000달러였다. 추신수(클리블랜드)는 연봉 조정신청 자격조차 갖추지 못했지만 올해 397만5000달러에 사인했다. 엔고가 기승을 부리는 일본 스포츠도 큰손으로 불릴 만하다. 이대호는 최근 오릭스로 이적하면서 2년간 총액 7억6000만 엔(약 112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렇다면 포지션별 연봉 편차는 어떨까. 올해 메이저리그에선 지명타자가 930만 달러로 1위. 1루수가 890만 달러로 2위다. 지명타자와 1루수는 홈런타자의 포지션이다.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타격왕은 벤츠를 탄다는 옛말이 증명된 셈이다. 이어 공격과 주루를 겸비한 외야수가 560만 달러로 3위. 지난해 650만 달러로 3위였던 3루수는 최고 연봉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잦은 부상으로 통계 기준인 100경기를 채우지 못해 520만 달러로 떨어졌다. 선발투수가 490만 달러, 포수가 260만 달러로 적은 편인 것은 국내와 다르며, 불펜투수(190만 달러)가 가장 적은 것은 비슷하다.

▶정확한 집계는 없지만 축구는 공격수가 수비수, 골키퍼보다 아무래도 많다. 올해 축구 100대 연봉 선수의 상위권은 대부분 공격수가 차지하고 있다. 반면 골키퍼는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 빅토르 발데스(바르셀로나), 페트르 체흐(첼시)가 각각 600만 유로(약 90억 원)로 공동 30위에 올라 있다. 농구는 김승현(178cm) 같은 예외가 있지만 대체로 키와 연봉이 비례한다고 보면 맞다.

▶개인 종목인 골프는 연봉 개념은 없지만 상금 수입과 소속사 후원 등으로 야구 축구에 버금가는 고소득이 보장된다. 최경주는 올해 정규 대회 상금으로만 443만 달러(약 51억 원)를 벌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상금 랭킹 4위에 올랐다. 이벤트 대회 상금과 각종 후원금, 광고 수입 등을 합하면 600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유럽 투어 동시 상금왕에 오른 루크 도널드는 달러와 유로가 섞인 약 107억 원의 상금에 페덱스컵 3위 보너스 200만 달러, 유럽 상금왕 보너스 150만 달러를 합해 약 147억 원을 벌었다. 일본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배상문(1억5100만 엔·약 22억3000만 원)은 김태균의 연봉을 능가한다.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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