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장환수의 數포츠]3승2패-2승2무1패-1승4무 중 1등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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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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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등 스포츠의 순위는 승률 산정 방식, 특히 무승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올해 4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는 연장 12회말까지 갔지만 무승부로 끝났다. 동아일보 DB
야구 등 스포츠의 순위는 승률 산정 방식, 특히 무승부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올해 4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의 경기는 연장 12회말까지 갔지만 무승부로 끝났다. 동아일보 DB
①3승 2패 ②2승 2무 1패 ③1승 4무

세 팀이 있다. 어느 팀이 1등일까. 퍼뜩 답을 내면 오히려 하수다. 턱을 괴고 조금 있다가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하면 고수다. 답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순위를 가리는 게임이다. 순위가 없으면 스포츠가 아니란 얘기다. 순위에는 팀과 개인 순위가 있다. 먼저 팀부터 보자. 팀 순위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많이 이긴 팀? 승률이 높은 팀? 효과적으로 이긴 팀? 알쏭달쏭하다. 독자들만 그런 게 아니다. 각 종목 단체들도 똑같은 고민을 해왔다.

▶현 프로야구에서 위 문제의 답은 ③ ② ① 순이다. 프로야구는 무승부를 제외한 승률로 순위를 가린다. ③은 승률 1.000 ②는 0.667 ①은 0.600이다. 반타작 승부인 1승 1패를 할 바에야 무승부가 낫다는 얘기다. 반면 승률 5할 이하의 하위 팀은 무승부보다 반타작 승부가 승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변형 승률제와 다승제도 시행해봤다. 변형 승률제는 1무를 0.5승 0.5패로 계산한다. 다승제의 경우 위 세 팀의 순위는 승률제 때와는 정반대인 ①3승 ②2승 ③1승 순이 된다. 변형 승률제로는 세 팀 모두 승률 0.600으로 동률이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순위 산정 방식 모두 문제를 안고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승률제에선 고작 1승(99무)한 팀이 99승(1패)을 거둔 팀을 이긴다. 다승제에선 99패(1승) 팀이 무패 팀(100무)을 이긴다. 변형 승률제는 앞의 경우처럼 아주 극단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반타작을 겨우 넘긴 팀(51승 49패)이 한 번도 안 진 팀(1승 99무)을 이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 리그에서도 순위 산정 방식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경우가 있었다. 프로야구는 2009년 무승부를 패배로 계산하는 사실상 다승제를 실시했다. 마침 그해 KIA(81승 4무 48패)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아 SK(80승 6무 47패)를 따돌리고 정규시즌 1위에 오른 뒤 한국시리즈까지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승률제였다면 SK가 승률 0.002 차로 앞서 정규시즌 1위가 됐을 것이고 역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류가 생기는 원인은 눈치 챘겠지만 역시 무승부 때문이다. 연장전을 하는 농구 아이스하키 골프와 듀스를 하는 배구 테니스 탁구, 그리고 바둑 등에선 무승부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연장전이나 듀스를 해서 어떻게든 승부를 낸다. 2009년 1월 21일 프로농구 동부와 삼성은 사상 처음으로 5차 연장(동부가 135-132로 승리)까지 가는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바둑은 삼패(三覇)나 장생(長生)처럼 아주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면 덤이 6집 반이라 무승부가 없다. 반면 골이 잘 터지지 않는 축구를 비롯해 연장 12회까지만 하는 국내 야구에선 무승부가 자주 나온다. 그렇다고 매일 하는 야구를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무제한 1박 2일 연장전으로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내의 경우 선수 층이 턱없이 엷어 선수단 전체가 부상병동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체력 부담이 큰 축구도 토너먼트 대회나 챔피언 결정전이 아닌 프로 리그에서 연장전을 하기는 힘들다.

▶이에 따라 축구는 승점제를 만들었다. 고의적인 무승부, 재미없는 무승부를 막기 위한 뜻도 담겨 있다. 승점제는 이긴 팀에게 3점, 비긴 팀에게 1점을 준다. 1승이 3무와 같다. 반면 승률제에선 1승이 2무보다 약간 못한 편이다. 상위팀의 경우 앞에서 본 것처럼 2무가 낫기 때문이다. 축구 승점제로 따지면 위 문제의 답은 ①9점 ②8점 ③7점 순이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있다. 무패 팀(100무)이 승률 0.340에 불과한 팀(34승 66패)에 뒤진다.

▶프로배구와 아이스하키도 차등 승점제를 실시한다. 올해 승점제를 도입한 배구는 세트 스코어 3-0이나 3-1로 완승한 팀에 3점, 3-2로 어렵게 이긴 팀에 2점, 2-3으로 아쉽게 진 팀에 1점을 준다. 진 팀이 승점을 받는다는 게 희한하지만 어쨌든 그렇다. 아이스하키도 비슷하다. 정규 피리어드 승리는 3점, 연장전이나 승부샷 승리는 2점, 연장전이나 승부샷 패배는 1점이다. 이 또한 상식을 뒤엎는 경우가 실제 리그에서 나왔다. 며칠 전 프로배구 드림식스는 3승 2패지만 4승 무패의 대한항공을 제치고 1위에 랭크됐다. 드림식스는 3승을 할 때 모두 3점을 획득했고 졌을 때도 1점을 보태 승점 10점이었다. 반면 대한항공은 4승 중 한 경기에서만 3점을 얻어 승점 9점에 그쳤다. 예전 승률제였다면 전승 팀이 승률 0.600 팀에 뒤진 것이다.

▶올림픽에서 국가 순위는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순위를 따지지 않는다. 올림픽은 참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IOC는 대회 기간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www.olympic.org)에 금 은 동메달 순위와 총 메달 순위를 동시에 올려놓아 혼란을 일으킨다. 그동안 소수정예주의인 우리나라에선 높은 메달이 많은 국가를 상위에 올렸다. 한국이 금 1개만 따면 은 10개에 동 10개를 딴 국가보다 위다. 반면 스포츠 저변이 넓은 미국은 총 메달 수로 순위를 정한다. 이 방법도 문제다. 금 19개를 딴 국가가 동 20개를 딴 국가보다 순위가 낮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전국체전에서 사용하는 종합점수제가 있다. 1위부터 대체로 8위까지 입상자에게 차등 점수를 부과한 뒤 자치단체별 합산 순위를 낸다. 하지만 이 또한 9위 이하 선수에 대한 성적은 반영되지 않아 순위 산정을 위한 단 하나의 완벽한 수식을 원하는 이상주의자들을 절망하게 한다.

▶아직 유일한 해답은 없다. 이럴 때는 넘어가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면 개인 순위는 어떻게 정할까. 종목별 부문별로 어떤 원칙이 있을까. 또 어떤 오류와 절망이 있을까. 지면 관계상 이 얘기는 다음 회로 미룬다. 3주 후라는 게 아쉽긴 하지만….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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