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석의 공감 사회]단점의 또 다른 이름은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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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고미석 논설위원
칠레 아타카마 사막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덕에 우리와 친숙해진 지명이다. ‘별에서 온’ 도민준은 “지구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야. 일조량이 많고 건조하고 하늘도 맑아서 밤이 되면 사막 위로 별이 쏟아진다는 기분이 들거든”이란 대사로 이곳을 소개했다. 방송 직후 누리꾼들은 “아타카마 사막? 처음 들어 본다” “죽기 전에 도민준이랑 가보고 싶다”며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아타카마 사막은 척박하지만 인공의 불빛 한 점 스며들지 않은 곳이어서 세계의 별 관측 애호가들에게 으뜸가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산간오지가 ‘밤하늘공원’으로

전문적 관측은 아니라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을 온몸으로 느껴 보는 것은 사막이나 오지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낮처럼 환한 밤을 사는 도시의 일상에서 별을 보기란 쉽지 않다. 한데 남반구까지 가지 않고 찬란한 별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신문을 읽다 발견했다. 경북 영양군 일대가 국제밤하늘협회를 통해 세계 6번째, 아시아 최초로 ‘국제 밤하늘 보호 공원’으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이 협회는 “영양군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4시간 반이 걸리는 오지로, 한국과 같은 조명의 바다에서 가장 어두운 섬 같은 지역”이라며 인구가 밀집된 동아시아에서 밤하늘을 어떻게 보존할지 해법을 제시할 모델로 소개했다.

이는 지자체의 약점을 경쟁력으로 활용해 얻은 결실이다. 태백산맥이 가로지르는 곳에 자리한 영양군은 공장 유치가 힘든 환경을 갖고 있다. 인구도 적고 재정도 열악하지만 다른 지자체처럼 개발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오지 중의 오지’란 불리한 조건을 새 관점에서 바라보았기에 ‘빛 공해와 인공조명으로부터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양질의 밤하늘’로 국제 공인을 받게 된 것이다.

가계도 기업도 나라도 빚더미에 허리가 휜다.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 부채가 1년 만에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도 지역 홍보 등을 앞세워 지방마다 경쟁적으로 벌인 대형 행사와 축제가 361건. 행사 비용만 3289억 원을 썼다. 연간 2400여 개의 축제가 열리니 유사 중복 행사도 수두룩하다. 경기 충북 충남 경북에서 인삼 축제가, 부산 경기 경남에서 국제보트쇼가 열린다.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입을 통해 “베끼지 말고 훔쳐라”라는 말이 널리 알려졌다. 인터뷰에서 “피카소가 뛰어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다”고 인용한 것을 계기로 회자됐다. 피카소의 말인지 확실치 않아도 그 기원을 거슬러 가면 시인 T S 엘리엇이 남긴 글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로 연결된다. 어설픈 삼류는 흉내를 내지만 좋은 시인은 모방을 넘어 더 나은 것으로, 다르게 창조한다는 뜻이다.

베끼지 말고 더 낫게 만들라

예술 아닌 지자체에도 적용 가능한 조언 같다. 당장 성과 내기도 바쁜데 그럴 새가 어딨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선 온전한 성과물이 나오기 힘들다는 데 있다. 지역마다 다른 조건과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남이 하는 대로 해서 성공할 리 없다. 예술로 버려진 섬을 부활시킨 일본 나오시마 섬을 벤치마킹하는 붐이 생겨났다가 잠잠해진 것도 그런 이유다. 답은 창조적 혁신에 있다. 판박이 축제로 아까운 예산을 까먹기보다 영양군이 그랬듯이 단점조차 남에게 없는 비교우위 자산으로 만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점은 매력의 다른 이름”이란 대사를 어느 일본 드라마에서 들었는데, 지자체에 단점의 또 다른 이름은 경쟁력이 아닐까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아타카마 사막#국제밤하늘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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