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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 시작된 K뷰티 우리만의 DNA가 없다[광화문에서/염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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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 시작된 K뷰티 우리만의 DNA가 없다[광화문에서/염희진]

염희진 산업2부 차장 입력 2019-10-04 03:00수정 2019-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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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희진 산업2부 차장

최근 만난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유통·소비재 가운데 어떤 업종과 품목이 잘되는지 보려면 ‘혼자 사는 30대 여성’의 의식주 소비를 살펴보라고 했다.

먼저 식(食). 이들은 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나 새벽배송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웬만하면 대형마트보다 편의점을 이용한다. 그 다음 주(住).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집 꾸미는 데 지갑을 연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즐겨 보기에 화질 좋은 대형 TV를 구입하고 맥주를 담아둘 비싸고 예쁜 냉장고에 돈을 쓴다.

그의 고민은 의(衣)에 해당하는 패션과 화장품 소비가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관계보다 나의 만족이 중요한 소비세대가 이 분야의 씀씀이부터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줄어드는 내수시장보다 더 큰 고민은 자동차부품, 가전, 휴대전화와 함께 ‘수출 효자상품’으로 꼽혔던 ‘K뷰티’의 미래마저 밝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화장품 대기업의 실적이 부진하고 해외시장에서 타국 브랜드에 밀리는 각종 지표들이 이를 보여준다. 최근 국제무역센터(ITC)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대중(對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1위였던 한국을 제쳤다.

지난 몇 년간 중국시장에서 큰 재미를 봤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요즘 중국시장이 골칫거리다. 이곳에서 주력 소비세대를 잡는 데 사실상 실기(失期)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현재 중국은 주링허우(90后·1990년대생), 주우허우(95后·1995년 이후 출생), 링링허우(2000년 이후 출생)가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2억5000만 명에 달하는 주우허우는 9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화장품을 구매할 정도로 주요 소비 채널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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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중국시장이 급변하는 동안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판매망을 쌓는 치열한 노력 대신 손쉬운 길을 택했다. 중국인에게 조금이라도 입소문이 나는 제품이 생기면 너도나도 화장품 제조에 뛰어들며 면세점을 통해 보따리상인 다이궁에 팔았다. K뷰티가 황금알을 낳는 효자 종목이 되자 2013년 3884개였던 화장품 업체는 2017년 1만80개로 늘었다. 이는 전국 빵집(8344개)보다 많은 수다. 그러나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같은 외풍이 불자 많은 업체들이 폐업하거나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는 사이, 중국 화장품을 뜻하는 ‘C뷰티’는 이제 제조 기술에서 K뷰티를 바짝 뒤쫓고 있다.

올해 초 태국을 방문했을 때 20년간 이곳에서 K뷰티 제품을 팔아온 사업가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이 기회보다 경쟁만 있는 레드오션 시장이 됐다고 우려했다. 이미 전 세계 화장품 시장에는 탄탄한 제조 능력을 인정받은 태국의 ‘T뷰티’, 고급화에 성공한 일본의 ‘J뷰티’,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특화된 호주의 ‘A뷰티’ 등이 쟁쟁한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다.

K뷰티는 지난 10년간 의미 있는 성공을 거뒀다. BB크림, 달팽이크림, 마스크팩 등 히트제품이 탄생했고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유행에 따른 반짝 아이템에 의존한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늦었지만 K뷰티만의 DNA부터 찾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염희진 산업2부 차장 salthj@donga.com
#k뷰티#국내 화장품#중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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