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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과 검찰청장[동아광장/최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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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과 검찰청장[동아광장/최재경]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변호사입력 2019-09-24 03:00수정 2019-09-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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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불만에서 비롯한 ‘검찰총장→검찰청장’ 개명 청원
일본에서 유래한 ‘총장’ 명칭… 상명하복과 상사의 책임 강조
소신껏 일하고 책임지면 ‘검찰총장’, 그렇지 못하면 ‘검찰청장’ 될 것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변호사
11일 청와대 게시판에 ‘검찰총장을 검찰청장으로 개명하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경찰청, 국세청 등의 수장은 ‘청장’인데 검찰청만 ‘총장’이라 검찰이 모든 행정기관을 총괄하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8만4000여 명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최근 검찰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표출된 것이다.

검찰총장 명칭을 바꾸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총장’이라는 직함은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헌법만 봐도 각 군의 ‘참모총장’, 국립대 ‘총장’이 있고 개별 법률에도 국회와 감사원 사무총장 등이 있다.

검찰총장이라는 직명이 권위적이어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전에도 있었다. 검찰총장은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등의 직무를 수행하는 검사들의 수장이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 사무를 총괄하고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검사는 검찰 사무에 관하여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하고, 상사는 소속 검사에게 자신의 직무를 처리하게 하거나,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할 수 있다. 조직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 업무에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다.

검찰 제도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독일 등 유럽 국가로 전파되었다. 일본은 메이지 초기 프랑스 검찰 제도를 도입하였고 그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검찰 최고 책임자의 호칭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한자 문화권을 보면 일찍 검찰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최고검찰청 ‘검사총장(檢事總長)’이라는 명칭을 써왔고, 중국은 최고인민검찰원 ‘검찰장(檢察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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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검사총장’이라는 일본식 용어를 쓰다가 광복 이후 미 군정에서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1945년 10월 한국 검찰을 처음 조직할 때 책임자를 대법원 검사국 ‘검사장’이라 했다가 1946년 1월 ‘검사총장’으로 바꿨다. 같은 해 12월 미 군정청이 ‘대법원 검사국’을 ‘대검찰청’으로 바꾸면서 ‘검사총장’도 ‘검찰총장’으로 바꿨다. ‘검찰총장’이란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서 제헌헌법이 ‘검찰총장’이란 용어를 썼고, 1949년 12월 검찰청법을 제정하면서 대검찰청에 검찰총장을 두고 검찰 업무를 통할하게 하였다.

‘총장’이란 관직명은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다. 각 군의 최고 지휘관은 ‘참모총장’이고, 경찰의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으로 보임한다. 일본에서 조직폭력단(야쿠자) 두목을 총장(總長)이라 부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고 한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지배하는 조직에서 상명하복을 분명하게 하고 상사의 헌신과 희생, 책임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총(總)’자를 쓴 것이 아닐까 싶다.

검찰의 최고 책임자를 굳이 ‘총장’이라 불러온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작동하는 계급사회다. 검찰권 행사에 신중함과 전국적 통일을 기하기 위해 엄격한 상명하복이 요구된다. 준사법적 업무 특성상 정치적 중립과 검사 개개인의 직무상 독립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율배반적이다.

검찰청법을 개정하면서 검사 직급을 검찰총장과 검사의 2단계로 줄이고, 검사동일체 원칙을 완화한 것은 검찰의 위계질서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검찰이 사법부와 같이 완벽한 독립을 추구하다가 중구난방이 되면 엄청난 피해가 생길 수 있다.

검찰에는 특이하게도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 사무를 총괄하는 검찰총장’이라는 두 명의 최고 상급자가 존재한다. 법무부 장관은 인사와 조직, 예산을 관장하고, 검찰총장은 수사와 공소 유지 등을 지휘·감독한다.

법무부 장관이 수사를 포함한 모든 검찰 사무에 관하여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는 직무상 위계는 분명하지만, 검찰청법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지휘권을 제한하는 바람에 실제 역할 분담이 애매할 때가 있다. 더구나 이 두 상관은 현실적으로 사이가 좋을 때가 별로 없다.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고 검찰의 고민이 많을 때다. 관직 명칭은 역사와 문화의 소산이다. ‘총장’이든 ‘청장’이든 권한과 책임은 같다. 소신을 갖고 검찰 사무를 총괄해서 지휘·감독한 뒤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면 ‘검찰총장’이고 그렇지 못하면 ‘검찰청장’으로 바뀔 수 있다. 기준점은 헌법과 법률이다.
 
최재경 객원논설위원·변호사
#검찰총장#검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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