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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 다른 대학입시 인정 못 한다는 민심[오늘과 내일/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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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 다른 대학입시 인정 못 한다는 민심[오늘과 내일/이태훈]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입력 2019-11-08 03:00수정 2019-11-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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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과외 금지는 국민 지지… 실력으로만 대학 가는 사회가 정상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대학입시는 1980년대가 제일 공정했던 것 같아.”

최근 고교 동기동창들 모임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온 얘기다. 동기들은 조국 사태로 불거진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공정성 논란과 정부의 정시 비중 확대 방침을 놓고 대화를 이어가다 30년 전 대학입학시험을 보던 추억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1990년 ‘SKY’ 대학 중 한 곳에 들어가 회계법인 임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동기가 “우리 같은 서민의 자식들이 요즘 태어났더라면 SKY는 고사하고 인서울 대학도 못 갔을 거야”라고 하자, 동기들은 “맞아. 우리가 대학 ‘운때’는 잘 타고난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군부독재의 서슬이 퍼렜던 5, 6공 정권하의 대입제도가 가장 공정했다니, 요즘 젊은 세대들이 들으면 눈이 휘둥그레질 얘기다.

5공 정권은 군사반란을 통해 불법적으로 집권했지만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시절인 1980년 7월 전격적으로 단행된 ‘과외 전면 금지’는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박정희 정권 말기 우리 사회에는 ‘과외 망국론’이 제기될 만큼 사교육의 폐해가 심각했는데, 전두환 정권이 이런 민심을 읽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특히 과외 금지는 기득권층이 과외를 통해 누려온 학벌 세습과 특권적 이득에 대한 혁파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개혁조치로 평가됐다. 신군부가 권력을 잡기 위해 교육을 활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가진 자와 가난한 자들 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교육과 입시를 ‘평평한 운동장’으로 바꿔 놓았다.


1980년대 정부는 불법 과외를 강력하게 단속했고, 그 결과 지방에서 신흥 명문고들이 등장해 이름을 날렸다. 시군 단위에 있던 고교들이 한 해에 서울대를 몇십 명씩 합격시킨 사례는 전국에서 흔하게 나왔고, 어떤 지방 고교는 200여 명까지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학입시를 통해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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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지방 고교들이 선전했던 것은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과외 금지로 학교 수업 이외의 변수가 차단된 데다 교과서가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해 서울과 지방의 학력 격차도 크지 않았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잠을 충분히 자면서 교과서 위주로 예습·복습을 철저히 한 게 주효했다”고 앵무새 같은 답을 한 것도 이즈음이다.

지금은 1980년대와 상황이 많이 달라져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당시 교육제도와 입시 정책에서 참고할 점은 분명 있는 것 같다. 필자는 그 핵심이 ‘공정성’이라고 본다. 공정성은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현실에서 가능하게 한 가치다. 부모가 가난하고 못 배워도 그 자식이 밤낮으로 공부하면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자신이 노력하기에 따라 얼마든 성공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 사회는 역동적으로 꿈틀댈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와 교육에서 형성된 이런 공정성은 각 분야로 확산됐고, 이 에너지가 1980년대 이후 우리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간 교육계에서는 지식 전달과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 학업성적을 위한 줄 세우기 교육을 지양하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한다는 명분 아래 공부는 덜 하고 부모의 영향력이 많은 영향을 미치는 쪽으로 대학입시가 변화해 오면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흔히들 대학입시 정책은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불공정성 제거’라는 답은 나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정시를 확대하든, 학종의 투명성을 높이든 경쟁의 ‘출발선’이 달라선 안 된다는 게 민심이다.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jefflee@donga.com
#대학입시#과외 금지#학종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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