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통화스와프’에 자족말고 외환 유동성 안전판 더 확보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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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제 주가와 환율이 다소 안정세를 찾았다. 2009년 수준인 1,457.64까지 떨어졌던 코스피는 1,566.15로 오름세로 돌아섰고 원-달러 환율도 1285원까지 갔으나 어제는 1246.5원으로 한결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통화스와프협정은 미리 정해 놓은 환율에 따라 서로의 통화를 맞바꾸기로 하는 약속이다. 한미가 신속히 협정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을 위해서라도 세계가 금융위기 속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길 원치 않았고, 기축통화 발행국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었다. 한국은 이번에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멕시코 등과 함께 통화스와프 대상국에 포함돼 외환시장의 동요를 어느 정도 달랠 수 있게 됐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은 달러 부족에 대한 외환 결제 위험을 일시적으로 덜어주는 것이지 위협 그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수출 악화로 인해 달러 유입이 꾸준히 줄고 있는 데다 외국인들이 한국 자본시장을 ‘아시아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으로 취급해 지난 며칠간처럼 한국 주식을 대량 매도하고 달러를 챙겨 나갈 가능성도 있다. 달러 유출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면 현금이 떨어진 기업이나 마찬가지로 최악의 경우 외국과 금융·상품 거래를 할 수 없는 국가 부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중국 호주 등 7개국과 1332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협정을 맺고 있다. 또 현재 외환보유액이 2008년 당시보다 2배 많은 4019억 달러다. 하지만 충분한 규모라고 보기 어렵다. 외국인투자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고, 무역의존도가 국내총생산(GDP)의 70% 정도로 미국 일본보다 2∼3배나 높다. 이 때문에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히고 위기 국면에서 외환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외환에 대한 안전판은 많을수록 좋다. 한일 간에도 감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통화스와프 체결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발 글로벌 경제위기는 전 세계가 공동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 통화스와프#코로나발 글로벌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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