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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기든스 “SNS혁명이 포퓰리즘 초래… 인류, 가보지 않은 길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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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기든스 “SNS혁명이 포퓰리즘 초래… 인류, 가보지 않은 길 들어서”

동정민특파원 입력 2018-01-02 03:00수정 2019-01-1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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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새해 특집]‘제3의 길’ 주창 세계적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한상진 명예교수 대담 《1990년대 중후반 사회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조화한 중도이념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제3의 길’ 이론의 주창자인 세계적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 영국 런던정경대 명예교수. 그는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례 없는 ‘디지털 혁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로 대표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새로운 민주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리스크가 클수록 기회는 많아진다”며 “새로운 희망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영국 상원 의사당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서울대 사회학과 한상진 명예교수와 90분간 진행된 대담에선 북핵 위협 문제부터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까지 다양한 글로벌 이슈가 논의됐다. 기든스 교수는 종신 상원의원이다. 영국과 한국의 사회학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20년 넘게 우정을 유지해왔다.》

앤서니 기든스 런던정경대 명예교수(왼쪽)와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영국 런던 상원의사당 기든스 교수 사무실에서 신년 대담을 나누고 있다. ‘제3의 길’ 이론으로 유명한 기든스 교수는 “그 용어에 집착하지 말아 달라.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한 교수=반갑다.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만났을 때 당신은 ‘제3의 길’에 대해 말한 바 있다.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당신이 그때 예상했던 대로 흘러온 것인가.

▽기든스 교수=제3의 길은 일종의 라벨이다. 이 용어에 집착하지 말아 달라. 제3의 길은 당시 국가 주도형 사회주의와 시장 주도형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정치 철학을 말하려다 나온 용어다. 당시 세계는 드라마틱한 변화의 시기였다. 세계화가 본격화되던 시기였고, 공산주의 붕괴 이후 국가 주도형 사회주의에 대한 불신이 커져 있었다. 정보사회에 진입하면서 전통 좌파의 지지층인 노동계층이 줄어들고 화이트칼라가 부상했다. 중도좌파 계열에 새로운 길을 찾고, 시장은 선(善)이라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제3의 길이 나왔다. 다만 20년이 지난 지금 중도좌파는 대부분 지지층을 잃고 고통받고 있다.

▽한 교수=말한 대로 중도좌파인 사회민주주의 계열이 추구했던 복지국가는 관료제를 키웠고, 돈을 나눠 가지면 모든 사회 문제가 해결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퍼뜨렸다. 그러다 세계화와 양극화가 심화되자 길을 잃었다. 그들에게 지금 제3의 길은 여전히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해법인가.

▽기든스 교수=
제3의 길이라는 용어를 그만 썼으면 좋겠다. 세계를 특정 생각에 규정지으려고 하지 말고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먼저 분석해야 한다. 현재 포퓰리즘 현상이 주요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포퓰리즘은 라틴아메리카에서부터 시작돼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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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남미 포퓰리즘과 오늘날 포퓰리즘은 상당히 다르다. 1930년대 남미 포퓰리즘은 내수경제 중심으로 다수 민중의 꿈, 희망을 대변했지만 오늘날 서구의 포퓰리즘은 증오, 배척, 차별을 주장한다. 구조적으로 나치즘이 등장했던 때와 비슷하다.

▽기든스 교수=포퓰리즘의 부상도,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몰락도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경제 위기와 관련이 있다. 대형 은행의 부도 사태를 처리하기 위해 세금이 투입됐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점점 떨어졌다. 특히 화이트칼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졌다. 국가 곳간에 충분히 세금이 들어오지 못하니 복지국가의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 질이 떨어지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불만도 커져갔다. 세대 간 분리 현상도 뚜렷해졌다. 대체로 포퓰리즘을 지지하는 건 장·노년층이고, 젊은이들은 좀 더 보편적이고 리버럴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크고 중요한 구조적인 변화는 바로 ‘디지털 혁명’이다.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와 폭으로 우리를 덮쳤다. 전 세계 포퓰리즘 정당은 대부분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정당 기반이다.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도 소셜미디어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 교수=포퓰리즘의 영향은 어느 정도 우려할 만한가.

▽기든스 교수=세계는 유례없이 많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세계화는 너무나 강력하다. 당신이 지금 여기서 사진을 찍으면 전 세계 어디든 보낼 수 있고 그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가로채일 수도 있다. 이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다. 사람들은 세계화가 효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최대 국제기구인) 유엔의 힘조차 점점 약해지고 있다.

▽한 교수=유럽의 정당 정치는 지지하는 집단의 요구를 모아 정책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오늘날 집단 이익을 반영하는 정당 정치 대신 감정에 호소하는 소셜미디어 정치가 번성하고 있다. 기존 관점에서 보면 ‘뿌리가 텅 빈 정치’를 하고 있다. 탈출로가 있을까.

▽기든스 교수=
시민들이 의회 정치로부터 탈출하고 있다. 전 세계 시민들이 정당과 의회를 불신한다. 디지털 요소가 커지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의회의 힘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의회에 접목시켜야 한다. 시민의 개입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는 흥미로운 실험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한 교수=
한국의 최신 실험은 흥미롭다. 그동안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에 도전하는 직접민주주의, 길거리 민주주의가 계속되었지만 제대로 작동이 안 됐다. 최근 원전과 관련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상당한 숙의 과정을 거쳐 정책 합의를 도출한 뒤 그 결과를 정부가 수용한 형태의 실험은 의미심장한 발전이다.

▽기든스 교수=
아시아 국가들이 100년 전 의회 민주주의 본산인 서구 정치가 했던 것처럼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를 개척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다.

▽한 교수=전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감성 정치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서구 정치의 숙고와 이성의 정치와는 다른 방향인데….

▽기든스 교수=모든 정치는 감성의 측면이 있다. 예전에도 그랬다. 감성은 논쟁의 동기를 이끌어내는 힘이 생긴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도 정부 구성 후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했다. 감성을 정치에 많이 접목한 건 오늘날만의 일은 아니다.

▽한 교수=소셜미디어에 의존해 감정에 호소하는 정치가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다. 감정에 의존하는 정치는 불안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대중과 공감하는 정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기든스 교수=감성 정치 외에 카리스마가 강한 리더가 복귀했다는 건 중요한 특징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모두 같은 식이다. 리더들은 주로 의회라는 민주주의 절차 밖에서 국정을 운영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분노를 표현해 지지층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본인이 직접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구조적인 변화다.

▽한 교수=동아시아의 미래를 짚어 보자. 한중일 3국 등 동아시아는 역사·외교적으로 복잡한 갈등 속에 놓여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헤게모니 싸움은 더 거세지고 있다. 제3의 길과 같이 이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기든스 교수=
동북아 현실은 지정학적으로 구조적인 변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제3의 길과 같은 눈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회와 위험이 이렇게 큰 세계를 경험한 적이 없다. 동아시아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문제의 경우 누구도 이처럼 파괴적인 권력이 행사하는 핵무기를 경험한 적이 없다. 북한은 파괴적인 핵무기뿐만 아니라 이를 운송하는 운반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매우 위험한 발화점이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성향 때문에 문제가 아주 복잡하게 꼬여 있다. 세계 파워 구조는 명백하게 바뀌고 있다.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의 위용을 되찾기보다 줄이는 쪽으로 가고 대신 중국은 글로벌 사회에서 점점 더 지배적인 파워를 가지게 될 것 같다.

▽한 교수=핵무기의 다른 한편으로 원전 문제가 있다. 영국은 원전을 계속 늘리는 쪽으로 가고 있다. 한국과 반대 방향인데….

▽기든스 교수=
영국은 핵과 관련해 전문지식을 많이 잃어버려서 원전의 경우 중국과 프랑스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는 기후변화다. 원전은 적절하게 사용되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나는 원전을 정면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히 있다.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는 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목표다. 풍력과 해상에너지를 일관되게 에너지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이 하루빨리 개발돼야 한다.

런던=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앤서니 기든스 명예교수

△ 79세, 영국 런던 출신 △ 헐(Hull)대 학사, 런던정경대 석사, 케임브리지대 박사 △ 런던정경대 학장, 케임브리지대, 킹스칼리지 교수 △ 종신 상원의원 
 
○ 한상진 명예교수

△ 73세, 전북 임실 출신 △ 서울대 사회학과 학·석사,미국 서던일리노이대 박사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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