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은 지금]美의원 또 불법시위… 美경찰 예외없이 수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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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로 늘 북적이는 미국 워싱턴 도심 백악관 앞에서 26일 11명이 연좌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이 중에는 올해 10선의 루이스 구티에레즈 연방 하원의원(48·일리노이·민주)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시민단체 운동가들과 함께 땅바닥에 앉아 이민정책 개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그의 지역구인 일리노이 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백악관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는 것은 금지돼 있다. 행인들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구티에레즈 의원을 비롯한 시위자들에 수갑을 채워 경찰차에 태워 연행했다. 구티에레즈 의원은 지난해 5월에도 백악관 앞에서 비슷한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적이 있다.

미국에서는 시위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고위 정치인이라도 가차 없이 수갑을 채워 체포한다.

올 4월 워싱턴포스트 1면에는 워싱턴DC의 빈센트 그레이 시장이 수갑을 찬 채 체포되는 사진이 큼지막하게 실렸다. 그는 상원 건물 앞에서 연방정부 예산안 협상에서 낙태 지원금이 폐지된 데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크웸 브라운 워싱턴 시의회 의장 등과 함께 불법집회와 통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2009년 4월에는 존 루이스 하원의원(조지아·민주)이 워싱턴 수단 대사관 앞에서 인권운동가들과 함께 수단 정부의 인권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주변에서 시위를 통제하던 경찰은 루이스 의원 등이 집회 금지선(폴리스라인)을 넘어 대사관 쪽으로 행진하자 곧바로 수갑을 채우고 연행했다.

불법시위를 벌이다 체포되는 의원들은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응한다. 법을 어기면 의원이라도 특별대우 없이 공권력의 행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의사당 폭력이나 불법집회에 참석해 놓고 경찰의 과잉 진압 운운하는 의원들에게 익숙한 사회의 눈으로 보면 낯설지만 흥미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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