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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맛과 애환 차곡차곡… 외국인도 꼭 찾는 부산의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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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맛과 애환 차곡차곡… 외국인도 꼭 찾는 부산의 명소

박은서기자 입력 2015-10-06 03:00수정 2015-10-0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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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명품시장]<1>부산 국제시장
지난달 24일 방문한 부산 중구 국제시장에 있는 ‘달팽이 한지공예’ 점포에서 관광객들이 한지 공예등을 둘러보고 있다. 이 점포를 운영하는 권경애 대표는 “토속상품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끌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스미마센, 고레와 이쿠라데스카(이 제품은 얼마인가요).” “욘만원데스(4만 원입니다).”

지난달 24일 찾은 부산 중구 신창동 국제시장. 일본에서 온 관광객 그룹이 오자 한지공예등을 판매하는 ‘달팽이 한지공예’ 권경애 대표(50·여)가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유창한 일본어로 자신이 직접 만든 형형색색의 한지 공예등을 설명하며 관광객들에게 어필했다.

그 자리에서 4만 원짜리 제품 하나가 팔렸다. 물건을 구입한 일본인 여성의 아버지인 재일교포 하형식 씨(52)는 “한국적 특징이 있어서 많은 일본 사람들이 좋아할 물건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권 대표는 “문화 콘텐츠가 결국 사람들을 끌지 않겠느냐”면서 “우리만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토속상품으로 외국인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산 사람들과 애환 함께한, 일흔 살 국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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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하면서 부산을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국제시장은 필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영화 속 운영하는 가게인 ‘꽃분이네’ 앞은 필수 촬영지가 됐다. 기자가 시장을 방문한 날이 비가 내리는 평일이었음에도 삼삼오오 모여 들른 방문객들은 꽃분이네 앞에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제시장은 영화 속 이야기처럼 70년 동안 부산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함께해온 공간이다.

국제시장은 1945년 광복을 맞아 일본인들이 철수하면서 전시통제물자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한 장터로 처음 형성됐다. 해외에서 귀환한 동포들이 노점을 차리며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있는 대로 물건을 흥정하고 판다는 데에서 당시엔 일명 ‘도떼기시장’으로 불렸다. 1950년이 돼 시장의 이름은 ‘국제시장’으로 바뀐다.

6·25전쟁 후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들은 국제시장을 생활 터전으로 삼으며 미군의 군용 물자, 밀수상품 등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드넓은 빈터였던 부산 중구 신창동 일대는 상설시장으로 자연히 탈바꿈하게 됐다. 7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국제시장은 지상 2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12개동으로 돼 있으며 약 650개 업체, 1500여 개의 점포가 가전제품 주방기구 포목 기계공구 등을 취급한다.

○ 부족한 먹거리 보완해 글로벌 야시장으로 도약

없는 게 없는 곳이란 인식 때문에 형성 초기부터 국제시장은 날로 번성했다. 그러나 인근에 대형 백화점이 생기면서 국제시장도 다른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1978년부터 주단 점포를 운영한 국제시장번영회 김순주 부회장(80·여)은 “예전엔 사람들이 명절이면 옷을 갖춰 입는다고 이곳을 많이 찾았지만 지금은 한복을 입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매출이라고 할 것이 없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보다도 지금이 더 안 좋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로 인지도가 높아진 덕에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취급하고 있는 제품이 냄비 조명 한복 등 관광객이 쉽사리 사갈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었지만 국제시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특히 계단을 이용해야만 올라올 수 있는 2층 점포에는 손님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국제시장의 문제에 대해 김 부회장은 ‘먹거리’를 제일 먼저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요즘 먹거리를 우선으로 삼는데, 국제시장에는 먹거리가 없다”며 “외국인 관광객을 끌려면 그런 요소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관광객들은 국제시장에서 씨앗호떡 어묵 등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국제시장 점포로 등록된 곳은 중구 국제시장1·2길에 있는 6개 공구뿐이다. 먹거리를 찾아온 관광객들은 인근의 부평깡통야시장, 광복로 먹자골목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올해 3월 글로벌명품시장으로 선정돼 향후 3년간 50억 원을 지원받는 국제시장은 인근의 먹거리 시장을 융합해 글로벌 야시장으로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 풍부한 스토리, 뛰어난 위치로 필수 관광코스로

국제시장의 글로벌 명품시장 사업 목표는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휴머니즘 시장’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역사를 내세우겠다는 의미이다. 국제시장은 6·25전쟁으로 번성했다는 특성을 살려 피란 문화와 애국을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을 강화해 관광객들이 한류를 체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전통한복 장신구 민속공예 상품을 특화하고 면세시장을 발굴해 명품시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국제시장은 편리한 교통과 뛰어난 입지조건을 활용해 명품 관광코스로도 개발된다. 부산의 경치를 한눈에 보고 싶다면 걸어서 10분 거리인 용두산공원을 가면 좋고, 부산의 옛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근처의 부산근대역사관을 추천한다. 회 꼼장어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는 자갈치시장과 족발 감자탕이 유명한 부평동 먹자골목이 바로 길 건너에 있어 식도락을 중시하는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지금 국제시장을 방문해 부산의 맛과 향을 느껴보면 어떨까.
▼ 김용운 국제시장번영회장 “영화 대박 계기 디자인 정비… 한류체험 공간 만들 것” ▼

영화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왼쪽 두 번째)이 올 2월 16일 실제 촬영 현장인 부산 중구 국제시장의 꽃분이네를 방문해 김용운 국제시장번영회장(왼쪽)을 만났을 때 모습. 부산=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국제시장, 변호인, 해운대 등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될 부산의 콘텐츠입니다”

지난달 24일 만난 김용운 국제시장번영회장(68)은 영화 이야기부터 꺼냈다. 사무실 벽면 한편에 커다란 국제시장 포스터를 걸어놓은 이유를 알 만했다. 2013년 5월부터 회장직을 맡은 김 회장에게 영화 국제시장은 무엇보다 각별하다. 임기를 시작하고 2개월 후인 2013년 7월부터 영화 촬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윤제균 감독을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처음에는 시장이 배경인 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잘되겠나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1세대의 애환을 그리겠다는 윤 감독의 설명에 김 회장은 영화로 시장의 옛 영광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 촬영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제공했다. 번영회 사무실은 촬영 스태프들의 쉼터가 됐고, 시장 상인들은 돈 한 푼 받지 않고 영화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촬영 시작 후 1년이 지나 지난해 12월에서야 영화는 개봉했다. 영화는 관객 수 1000만 명을 넘어 소위 ‘대박’을 쳤다. 김 회장은 “영화가 특정 세대에 편중되지 않고 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보니 젊은 세대와 외지인의 방문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김 회장은 여세를 몰아 국제시장 동·서편 외곽에 영화 포스터를 붙이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미 영화로 국제시장의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50억 원을 지원받아 국제시장의 입간판, 인테리어 등 디자인을 통일해 시장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제시장을 자체 브랜드화하겠다는 뜻이다. 한눈에 정돈된 모습으로 정비돼야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도 더 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언어소통이 문제인데 지금 제대로 된 안내도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도 가능한 시장 상인을 육성해 한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부족한 부분으로 지적된 먹거리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그는 “한복 점포 같은 경우엔 지금이 불황이라 업종을 교체해줄 생각도 갖고 있다”며 “1개 공구에 먹거리 점포를 유치해 팔도 대표 음식, 족발 등을 맛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글로벌 명품시장 사업과 관련해 부산시, 중구,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 등이 처음으로 회의를 연 날이었다. 회의에 들어 가기에 앞서 김 회장은 “글로벌 명품시장 사업을 통해 마트와 백화점으로 간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고 과거의 영광을 부활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외국인들에게서 전과 달라졌다는 평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적은 예산으로 시장 상인들이 당장 혜택을 볼 수 있는 것 위주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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