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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저력… 리모델링-마케팅 통해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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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의 저력… 리모델링-마케팅 통해 화려한 부활

권기범기자 입력 2014-06-17 03:00수정 2014-07-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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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열정, 젊어진 전통시장]<1>성남 현대시장 사례로 본 경쟁력
‘상인대학’ 상가운영 노하우 제공… “값싸고 깔끔” 입소문에 고객 몰려
검증된 상권에 새 콘텐츠 접목… 전통시장 활력 되찾은 사례 많아
《 전통시장의 미래는 없는가? 최근 ‘대형마트의 경쟁은 골리앗과의 싸움’이란 편견을 깨고 성공을 거둔 전통시장 상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창업 문턱이 낮은 전통시장을 창업의 교두보로 삼은 청년들이 늘면서 전통시장은 기회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는 올해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젊은 시장 만들기’ 연중 기획을 연재한다. 메인 시리즈에 앞서 전통시장의 가능성을 조망하는 국내외 모범사례를 5회에 걸쳐 먼저 소개한다. 》
6월 13일 낮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정북로 성남 현대시장에서 상인들이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판촉용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포스터들은 시장 고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기 위해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이 유명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해 만든 것이다. 성남=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6월 13일 정오 무렵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정북로의 성남 현대시장. 시장 중앙 통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자리 잡은 2층 건물들에는 점포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다른 시장에선 손님이 많이 몰리지 않는 낮 시간대였지만 70m 길이의 시장거리는 100여 명의 손님으로 분주했다.

놀라운 것은 ‘전통시장’ 하면 떠오르는 대형 파라솔, 길 한가운데 놓인 좌판 등 지저분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걸린 시장 홍보 깃발, 통일된 모양의 간판 등은 대형마트 매장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최근 시장 건물주가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과 함께 시설개선 공사를 펼치면서 깨끗하게 정비한 덕분이었다.

시장 입구에서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로 들어서자 생활용품 할인매장인 ‘보물창고’의 간판이 보였다. 이 점포는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 점포’다. 시장 부녀회장인 이영애 씨(64·여)는 “주변에 1인 가구 등 젊은 사람들이 사는 가구가 늘면서 생활용품 수요가 늘었다”며 “보물창고는 인근 전문매장이나 대형마트보다 접근성이 좋아 시장 전체에 손님들을 끌어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형마트 개점 등 난관 딛고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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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현대시장은 원래 1970년대 서울의 철거민들이 이곳으로 이주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통시장이다. 원래는 925m²(약 280평) 규모의 작은 상가였지만 지금은 5배 남짓(5300m²·총면적 기준) 커진 대형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현대시장은 성남 수정구에서 소위 ‘가장 잘나가는’ 상권이다. 반경 500m 내에 몰려 있는, 7만∼8만 명의 주민이 손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채소 등 물건 값이 인근 대형마트보다 10%가량 싸고 품질까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용인이나 분당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물론 현대시장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2010년 시장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현대시장뿐만 아니라 일대의 시장들이 모두 타격을 받았다. 성남 수정구에 있던 전통시장 전체 점포 중 11%가 매출 감소로 문을 닫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대시장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2011년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인근 지역이 성남시의 상권활성화구역으로 지정되고,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이 활성화 사업에 나선 덕이었다. 재단은 상인들에게 마케팅 및 상가 운영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상인대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노후한 상가 건물을 리모델링하도록 도왔다.

시장은 거짓말처럼 예전 활기를 되찾았다. 현대시장 대표인 이석준 씨(65)는 “40년째 동네 주민들과 함께 생활해 온 덕에 단골손님이 많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형마트에 손님을 그렇게 많이 빼앗기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시장 통로를 개선하는 아케이드 조성 사업이 끝나자 상황은 더 좋아졌다. 시장 상인들의 올해 평균 매출은 2010년 당시보다 20%가량 늘었다.

○ 전통시장, 손만 잘 보면 살아나는 ‘검증된 상권’

전통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검증된 상권’이 대부분이다.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형성돼 있어 고객 이탈도 적은 편이다.

특히 주변의 일반 상가보다 저렴한 전통시장 상가의 임대료는 커다란 장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서울 경기지역의 전통시장 5곳과 일반 상가의 임대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상가의 임대료는 일반 상가보다 대부분 낮은 편이었다. 안양중앙시장(경기 안양시 만안구 소재)의 점포 임대료는 인근 일반 상가의 절반 수준인 월 140만 원(33m² 기준)에 불과했다. 보증금도 일반 상가(1억 원대)의 4분의 1인 약 2500만 원 수준이었다.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은 2006년부터 개선 사업을 꾸준히 펼쳐온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산성시장은 주차시설을 만들고, 문화공원을 개장하는 등 편의시설과 볼거리를 마련해 왔다. 그 결과 2010년 150억 원이었던 시장 매출은 지난해 2배 규모인 300억 원으로 늘었다. 시장 이용객은 2010년 73만 명에서 지난해 102만 명으로 증가했다. 산성시장은 지난달 ‘문화 사랑방’을 개관한 데 이어 이달에는 미니 식물원인 ‘휴 그린’을 개장하는 등 꾸준히 문화 콘텐츠를 보완하고 있다.

강원 속초시의 속초관광수산시장(옛 속초중앙시장)은 2006년 시장 고객의 80%를 차지하는 관광객을 위해 이름까지 바꿨다. 동시에 속초의 싱싱한 횟감과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시장임을 적극 홍보했다. 시장상인회는 최근 거리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까지 추가해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한편 전통시장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남 현대시장 등 성남시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강헌수 성남시상권활성화재단 본부장은 “전통시장의 여건이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는 만큼 젊은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철저한 품질관리로 월 4000만원 매출 ▼

‘현중앙정육점’ 권순근 씨


‘현중앙정육점’을 운영하는 권순근 씨. 성남=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잘나가는 전통시장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남부럽지 않은 ‘장사꾼’이 넘친다. “장사가 잘되냐”고 물으면 “겨우 벌어먹고 산다”며 말끝을 흐리는 것이 시장 상인들의 말버릇이지만, 사실 임차료 등 투자비 대비 매출을 따지면 전통시장이 더 실속 있는 경우가 꽤 많다.

경기 성남시 성남 현대시장 한복판에 자리 잡은 ‘현중앙정육점’의 권순근 씨(58)는 전통시장의 가능성을 무한 신뢰하는 상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안방 크기만 한 15m²(약 4.5평) 점포에서 다달이 평균 4000만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권 씨에게 “장사가 잘되는데 왜 더 큰 곳으로 옮기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든 살이 될 때까지 시장에서만 장사를 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 가게는 이 시장, 이 자리에 있기 때문에 매출이 좋은 것”이라며 “전통시장만큼 고객과 교감하기에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권 씨가 말하는 성공 비결은 의외로 평범했다. 바로 고기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꾸준함이다.

권 씨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정육점의 냉장고 안에는 부위별로 꼼꼼히 소포장된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가득했다. 웬만한 대형마트보다도 깔끔한 솜씨가 돋보였다. 이는 권 씨가 올해 초 500만 원을 들여 새로 장만한 자동 진공포장기 덕분이다. 권 씨는 이를 포함해 올해 매장에 2000만 원가량을 투자했다.

권 씨의 요즘 자랑거리는 인근 사회복지기관에 매달 200만 원어치의 고기를 기부하는 것이다. 권 씨는 “기부를 할수록 나를 알아주는 사람도 늘고, 그럴수록 단골손님이 늘어나니 일석이조”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전통시장#리모델링#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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