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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적 K-디자인… 감성 날개 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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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적 K-디자인… 감성 날개 달아야”

강유현기자 입력 2015-04-13 03:00수정 2015-04-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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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디자인 경영 시즌2]<1>거장에 묻는 한국디자인의 미래
10월 DDP서 회고전 준비차 방한 ‘21세기 다빈치’ 伊 멘디니
“IT기술과 함께 발달한 한국디자인… 인간성 불어넣는 스토리 입혀라
대기업 중심 분업화 장점 살리려면 총괄 디자이너 역할이 매우 중요”
디자인계의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 씨는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와 작품이 서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그의 표현 대로 “조형과 회화가 함께 녹아 있는 작품”인 ‘프루스트 의자’(아래쪽).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디자인은 세상을 바꾼다. 기술과 서비스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 뿐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마저 변하게 만든다. 애플의 아이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대기업들도 디자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역대 삼성 스마트폰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국내 디자인 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89조 원에 달했다. 동아일보는 ‘K(한국)-디자인’의 도전 과제를 진단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기업들의 ‘신(新)디자인경영’을 소개한다.

동아일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과 공동기획으로 ‘K(한국)-디자인’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보는 ‘신(新)디자인경영 시리즈’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게재한다. 1회에서는 세계 디자인계의 구루(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카림 라시드로부터 K-디자인이 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이어 디자인계의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변신하고 있는 K-디자인과 이를 이끈 기업인들의 디자인 경영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다. 》

이탈리아 디자인계의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 씨(84)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환생’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건축전문잡지 ‘카사벨라’ ‘모도’ ‘도무스’ 등의 편집장을 맡다가 1989년 58세의 나이에 동생과 ‘아틀리에 멘디니’를 차리고 디자인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카르티에, 에르메스, 스와로브스키, 스와치 등과 협업을 진행했다. 네덜란드 흐로닝어르 미술관, 일본 히로미스 파라다이스 타워 등도 멘디니 씨의 작품이다. 1970년대엔 상업성에 치우친 디자인에 반기를 들며 ‘기존의 것을 활용하면서 인간성을 불어넣자’는 ‘리디자인’을 주창했다. 이 관점에서 1978년 바로크식 클래식 의자에 점을 찍어 완성한 ‘프루스트 의자’는 지금도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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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회고전을 준비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3일 동아일보가 만났다. 최근 ‘포스코 더 샾’ 아파트 단지의 외관 디자인에 참여한 멘디니 씨는 앞서 한국도자기(도자기), 롯데백화점(온라인몰), LG하우시스(바닥재) 등과 협업하며 최근 15년간 1년에 한 번씩은 한국을 방문했다.

84세의 고령인 그에게 세월이 지나도 사랑받는 디자인의 특징을 물었다. 그의 작품 중에선 수십 년간 사랑받는 작품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94년 이탈리아 생활용품업체 알레시와 협업해 만든 와인병따개 ‘안나 G’다. 와인병따개를 돌리는 손잡이는 사람의 얼굴 형상을 하고 있고, 코르크를 들어올리는 양쪽 손잡이는 팔을 연상시킨다. 안나 G는 연인 ‘안나 질리’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그는 안나 G가 사랑받는 이유로 “와인병따개가 날 보며 웃고 있고 (코르크를 딸 때) 발레리나처럼 팔이 움직인다. 즉, 나와 오브제(작품)가 서로 바라보며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감성을 움직이면 전 세계 사람들이 사랑하는 보편성을 띤 디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산업 디자인에 연결해 봤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 제품은 예쁜 여자아이를 쓰다듬는 느낌”이라고 했다. 부드럽게 처리된 모서리, 반들반들한 메탈 소재, 다이아몬드 커팅 등 디테일이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어린아이를 연상시킨다는 의미다.

“전통소재 응용 디자인, 세계서도 통할 것” ▼

멘디니 씨는 “미국 디자인은 통상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집처럼 드러내 보이기를 좋아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애플은 그러한 상식을 깼다”고 평가했다.

그는 K-디자인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디자인은 일본처럼 기술의 발달이 디자인의 발달을 이끌어왔고, 유럽의 디자인을 본떠 적용하며 발전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K-디자인 하면 바로 정보기술(IT) 산업이 떠오른다”고 했다. “K-디자인은 상당히 하이테크적이고 수학적입니다. 상당히 기능중심적이지요. 실용적이지만 때로는 차가운 느낌을 줍니다.”

멘디니 씨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한국 산업에서는 디자인의 전문화와 분업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라미드식으로 조직된 한국 대기업에서는 특정 디자이너는 색상만, 어떤 디자이너는 형태만 담당하는 등 분업화돼 있고 디자이너 개인이 기업의 오너와 머리를 맞대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이 같은 문화에서는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뛰어난 총괄 디자이너의 통섭(統攝·서로 다른 것을 한데 묶음)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으로 외부 디자이너와 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기업에 속한 디자이너는 파격적인 제안보다는 개발한 기술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기 위해선 외부의 시각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이유로 디자인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대기업보다는 디자인 전문회사들이 주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디자인에 대해 “예전에는 단순히 유럽 디자인을 베껴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유럽 디자인과 한국 전통의 미와 장인정신, 도자기와 같은 전통 소재를 섞어 현대화한 작품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특히 생활용품 분야에서 기계로 찍어낸 듯한 차가움을 배제하고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 수공예적인 디자인을 내놓는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이는 한국의 역사를 현대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산업 디자인의 트렌드를 묻자 그는 ‘다양화’라고 답했다.

“디자이너가 미용도 하고, 빵도 만들고, 제품 이름도 짓는 시대입니다. 어찌 보면 디자이너가 너무 과장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할 만큼 디자인의 영역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멘디니 씨는 스와치 시계처럼 좋은 디자인과 기술을 함께 담은 중저가 제품부터 기술적으로도 접근하기 어려운 보석이나 명품 등으로 디자인의 영역은 다양해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최근 명품의 디자인은 기존 블랙 위주에서 컬러풀한 색상으로 다양해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고령임에도 디자이너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결로 ‘소통’을 꼽았다.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또 다양한 테마를 갖고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집트 출신 유명 디자이너 라시드 “한국, 세계 디자인혁신의 중심될 것” ▼

산업디자인으로 유명한 카림 라시드 씨는 “시장은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아름다움, 개선에 목말라 있다”며 디자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가 2010년 파리바게뜨와 협업해 내놓은 생수 ‘오’(아래쪽)는 캡슐 형태의 용기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었다. 카림 라시드 제공
“한국은 향후 세계 디자인계의 진앙(epicenter)이 될 것입니다.”

이집트 출신의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 씨(55)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은 기술력에서 일본을 앞지른 데다 디자인이 어떻게 새로운 시장과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어 내는지를 잘 알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선명한 색상과 기하학적 형태의 작품으로 유명한 라시드 씨는 현대자동차(‘i40 아트카’), 애경(칫솔), LG하우시스(대리석), 반도건설(스트리트 몰) 등 국내 기업들과 다수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했다.

라시드 씨는 ‘K-디자인’이 세계를 이끌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갖고 있지만 디자인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품을 기획하는 첫 단계부터 원하는 것을 정확히 정해 놓고 변화의 여지를 두려고 하질 않죠. 회사가 관료적이거나 리스크를 감당하려고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욕망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 기업과의 협업으로 파리바게뜨를 꼽았다. 파리바게뜨는 2010년 캡슐형태 용기에 담긴 생수 ‘오’와 삼각기둥 모양의 용기가 특징인 주스 ‘주스’를 내놓았다. 그는 “파리바게뜨는 제품 용기 디자인부터 로고, 제품명, 심지어 맛까지 모두 디자인해 달라고 했다”며 “디자인이 어떻게 브랜드에 정체성을 불어넣는지, 물병 하나로도 어떻게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봤다. “미래엔 자동차도, 집도, 모든 것을 빌려 쓰는 시대가 될 겁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채 짧은 기간 동안 ‘경험’ 하는 것이죠. 결국 소비자들에게 새롭고 필요한 경험을 주는 제품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라시드 씨는 “디자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과 동시에 제품과 새로운 기술, 소비자들의 행동 변화, 사회의 진화 등을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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