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버핏 따라하기]남들이 두려워할때 사고…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남들이 두려워할때 사고, 탐욕부릴때 팔라

《“저희는 주식시장의 방향이 단기적으로 또는 먼 미래에도 올라갈지 내려갈지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져본 적이 없고 현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주식시장에는 이따금 공포와 탐욕이라는 전염성이 강한 병이 발생하고 투자의 세계에서 이 병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시장의 이상 현상들이 언제 발생할지, 얼마나 지속될지,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저희에겐 그저 보통 수준의 목표가 있을 뿐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러워질 때 저희는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이 두려워할 때 저희는 탐욕스러워지려는 것뿐입니다.” -워런 버핏이 1987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심리보다 펀더멘털 살피면 투자에 성공할 수 있어

주가 대신 회사가치 따져야

지난주에는 워런 버핏의 첫 번째 투자원칙인 ‘절대로 돈을 잃지 않는다’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 주식을 고를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 회에서는 장기투자하기 좋은 주식을 골랐을 때 어떻게 사고팔아야 하는지 설명하려고 한다.

우선 싸게 사야 하는데 무엇을 기준으로 싸다고 하는 것일까. 그 의미는 대상 기업의 주가와 그 주식의 가치를 비교해볼 때 그 기업의 가치보다 싸게 산다는 의미일 것이다. 주식은 종이쪽지나 전산코드가 아니다. 회사의 소유권이고 회사의 사업은 분명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주가가 회사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가치가 주가를 결정한다.

주식을 싸게 사려면 기업의 적정한 가치를 구하고 그 가치보다 충분히 싸게 사야 한다. 버핏은 기업의 사업가치와 주가의 차이를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가치에 비해서 싸게 살수록 안전하다는 것이다.

싸게 주식을 산 예로 버핏의 스승 벤저민 그레이엄의 실제 투자사례가 있다.

듀폰은 제너럴모터스(GM)의 주식을 갖고 있었는데 듀폰의 시가총액과 듀폰이 보유한 GM의 시가총액이 비슷했다. 듀폰은 GM 주식 이외에도 다른 자산을 갖고 있었고 사업가치도 있으므로 듀폰의 주식가격은 당연히 GM보다 높아야 했지만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듀폰은 절대적으로 주가가 싼 상태였다.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듀폰의 주가가 올라가든지 GM의 주가가 더 내려가야만 한다는 의미였다. 그레이엄은 듀폰을 대량 매입하고 GM 주식을 공매도(빌려서 매도)했다. 실제로 이후 듀폰의 주가는 크게 올라갔고 GM의 주가는 하락해 그레이엄은 투자에 큰 성공을 거뒀다.

투자에 성공하는 두 번째 매매방법은 심리보다는 기초체력(펀더멘털)에 치중하는 것이다. 시장의 투자심리가 냉각된 주가 하락기에 주식을 싸게 매입해서 오래도록 묻어놓은 뒤 주식 활황기에 파는 방법이다. 남들이 주식시장 하락이라는 두려움 속에 주식을 싸게 팔 때 주식을 사야 하고 주가가 크게 올라서 남들이 자신감 속에 탐욕을 부릴 때 오히려 주식가치에 근거해 두려움을 갖고 파는 방법이다.

그레이엄은 시장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미스터 마켓’이라는 명칭으로 설명했다. 그는 미스터 마켓을 투자자와 동업을 하는 파트너로 보았다. 미스터 마켓은 변덕쟁이다. 기분 좋은 날은 산뜻한 옷을 입고 나와서 투자자가 갖고 있는 주식을 높은 가격에 사겠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다음 날은 풀 죽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서 자기가 갖고 있는 주식을 싼 가격에 사라고 말한다. 이렇게 미스터 마켓은 회사의 가치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기분에 따라 끊임없이 사고파는 주문을 낸다.

보통의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가격의 변동을 위험이라고 부른다. 버핏이나 그레이엄 같은 가치투자자들은 시장가격의 변동을 가치보다 더 싸게 주식을 사거나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현명한 투자자란 낙관론자에게 주식을 팔고 비관론자에게서 주식을 사는 사람이다. 실제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대형 우량기업의 주가도 1년 중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가 2배 이상 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기업들의 가치가 매년 2배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은 없는데 말이다.

버핏은 대부분 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불황기에 주식을 싸게 매입했다. 버핏은 활황장세가 절정을 보이던 1971년 버핏투자조합을 해산했다. 적정한 가격의 우량주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 해산의 이유였다. 그 후 주식시장은 1973년과 1974년에 걸쳐서 대폭락했다. 1974년에는 1차 오일쇼크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졌다. 어느 누구도 주식시장에 돌아오고 싶지 않을 만큼 주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버핏은 그동안 비축한 여유자금으로 1974년에 본격적인 주식매입을 재개했고 2년 내에 무려 74%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2차 오일쇼크로 세계경제가 지금과 같은 극심한 불황에 빠져있던 1979년과 1980년에도 버핏은 주식매입을 확대했다. 무려 투자종목을 18개까지 늘렸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가치 이상 상승한 주식을 처분해 활황 장세가 절정이던 1987년엔 종목 수를 단 3종목으로 줄여 장기보유 주식을 제외하곤 실질적으로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다. 버핏의 40년간 연평균 25%의 수익률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은 이런 가치투자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이론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의 기준인 보유 순현금(총현금―총차입금)이 시가총액보다 큰 기업 중 안정된 수익성을 갖춘 기업 두 곳을 표로 소개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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