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헌의 사례로 본 창업]요리솜씨 믿고 차린 우동집 고전

  • 입력 2001년 9월 2일 19시 35분


지난해 여름 창업을 결심한 H씨(38세)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일식집 주방에서 5년이 넘도록 일하면서 어렵게 대학공부까지 마쳤기에 경험과 이론이 충분히 쌓였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H씨가 선택한 업종은 우동전문점이었다. 자신의 경험도 살리고 최근 음식업 가운데 비교적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업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창업 준비에 들어가자 그러나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넉넉하지 못한 창업자금 때문에 가게 마련이 쉽지 않았다. 크게 마음에 드는 점포를 구하지 못해 구청주변 이면도로 옆에 가게를 구했다. 그래도 자신의 음식솜씨라면 입지조건의 불리함을 넉넉히 극복해줄 것으로 믿었다.

창업 1년이 지난 H씨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재료값 임대료 등을 감안한다면 하루 20만원정도의 매출을 올려야하지만 실제로는 15만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경기하락 때문이라고 생각해 음식값을 500원 내려보기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올 여름에는 메밀국수 등을 추가해 봤지만 매출이 오르는 기미가 없다.

여기다 창업때 대출받았던 2500만원은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상환이 시작돼 이래저래 부담이다.

H씨가 지금이라도 반드시 짚어 봐야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첫번째는 음식 솜씨에 대한 확신이다. 현재 소자본 창업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이 바로 음식업이다. 따라서 성공하는 가게도 많지만 실패하는 가게도 가장 많은 것이 현실이다.

본인이나 주위 몇몇 사람이 내린 음식 맛에 대한 평가만을 믿고 창업하기에는 너무나 경쟁이 심하다. 정말로 다른 점포와 차별화된 맛을 내고 있는지 심각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입지 여건과 업종과의 조화 문제이다. 구청 주변이라면 일반적으로 한식 계통의 음식점이 잘 되기 마련이다. 우동전문점이 성공하려면 구청 주변 이면도로 보다는 조금이라도 젊은층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큰 길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시설과 가까운 곳에 있어야했다. 현재의 위치에 그대로 있으려면 술과 함께 판매할 수 있는 메뉴를 추가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정확한 원가 계산이다. 음식을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정확히 계산해 보지 않고 일단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싸게 파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지원센터 상담사) nachla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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