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균열 조짐 vs 주권적 판단…한미관계 패러다임 변화?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일 14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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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청와대 제공) 2019.6.30/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청와대 제공) 2019.6.30/뉴스1
한반도에서의 비핵화 협상으로 강화된 한미 공조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

미국 측은 우리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독도 방어훈련 등에 대해 연일 비판하고 있고, 청와대는 주권적 판단을 내세우며 해리 해리스 미 대사를 사실상 ‘초치’해 비판자제를 요구했다. 청와대는 또한 주한미군 기지 반환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미 관계가 갈등 속에서 ‘국가 주권’을 내세우는 소위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가 온 것 같다는 관측이 1일 제기된다.

한미 공조의 균열 조짐은 한일 관계의 악화 국면에서 정부가 지소미아의 종료를 결정하면서 본격화됐다.

지소미아는 지난 2016년 사실상 미국의 요청으로 체결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미일, 한미일 공조 강화를 이유로 지소미아 체결을 주도했다.

미국이 입장에서는 한국 정부가 한일 갈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소미아의 종료를 결정한 것이 불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동시에 청와대가 “미국도 이해했다”라는 설명을 내놓으면서 기름에 불이 붙은 셈이 됐다.

미국은 청와대의 설명이 있은 뒤 즉각적으로 “실망스럽다”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같은 미국의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이례적이었는데, 한국 정부의 일방적 태도에 불쾌감을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같은 해석은 가시화되기도 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미국의 ‘불쾌감’을 몸으로 보여 주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8월 29일 재향군인회가 주최하는 강연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향군 측이 강연회를 연기하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DMZ평화경제국제포럼 개막식에도 불참했다.

대신 그는 종로구 공평동에 새로 문을 연 미국의 햄버거 체인점 ‘쉐이크쉑’의 개점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즐거운 모습으로 햄버거를 먹는 사진을 공식 SNS 계정에 올리기도 했다.

이는 그가 전날인 8월 28일 외교부에 사실상 ‘초치(招致·불러서 항의)’된 직후 보여 준 행보다. 당시 정부는 미국 측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 측이 불만 표출을 자제해 달라”라고 요청한 바 있다.

미국은 우리 측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한국 측 행사에 모두 불참한 주재 대사가 햄버거 가게의 개점식에 나타난 것을 두고 미국 측의 불쾌감이 더욱 증폭된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여기에 주한 미군의 기지 반환 문제가 더해졌다. 청와대는 지난 8월 30일 주한 미군 기지의 땅을 조속히 반환받겠다는 입장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명의로 발표했다.

주한 미군 기지의 반환 문제는 현안이긴 하나 크게 불거진 적은 없는 사안이다. 한미 간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청와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불거지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 측의 공개적 불만에 대한 외교적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의 독자적인 결정 권한이 있는 주권적 판단에 대해 미국이 강도 높은 불쾌감을 보이자 청와대가 미국에 ‘견제’를 날린 것이라는 뜻이다.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문제로 정부가 미국에 대해 느낌 당혹감과 불만도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내년도 방위비 분담금의 우리 측 비용을 대폭 높이겠다고 통보해 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정부도 주권국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미군 기지의 반환을 빠르게 해 줄 것을 미국에 요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많은 분담금을 내면서 미국의 권리나 요구사항을 모두 인정하지는 않겠다는 뜻이 반영됐다는 해석인 것이다.

미국 측은 주한 미군 기지의 조속한 반환 요구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우선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핵화 협상 진전에 있어 ‘한미 공조를 통한 대북 대응’을 유지했던 한미 간 밀착의 끈은 다소 느슨해진 듯하다.

일각에서는 일본과의 갈등에 있어 미국의 ‘중재’를 기대한 정부의 입장이 빗나가면서 한미 간 냉랭한 기류도 본격화됐다는 분석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본과의 갈등 대응 과정에서 한미 간 소통이 부족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도 한미 간 소통의 수준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이 우리 측에게 사실상 대화에서 빠지라는 목소리를 높이며 남북 간 대화를 거부하는 가운데 북미 협상의 진척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적절한 설명을 듣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미가 각종 현안에 대해 마치 감정적 대응을 주고받는듯한 모양새로 상황이 전개되면서 한미 관계가 재정립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북미 대화도 반년 넘게 정체를 겪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한미 공조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소미아를 비롯한 한일 관계 사안,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 미군 기지 반환 등 한미 간 사안과 비핵화 협상은 각각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뜻에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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