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피하려’ 홍콩시위대, 1회용 승차권·현금·마스크 ‘필수’

  • 뉴스1
  • 입력 2019년 6월 16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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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퍼스 카드’ 대신 1회용 승차권 현금으로 구매해 사용
얼굴인식 피하려 페북 업로드 않고 마스크도 착용

홍콩 지하철역에서 1회용 승차권을 사기 위해 몰린 사람들.( 출처=쿼츠 갈무리) © 뉴스1
홍콩 지하철역에서 1회용 승차권을 사기 위해 몰린 사람들.( 출처=쿼츠 갈무리) © 뉴스1
지난 2014년 ‘우산혁명’(Umbrella Revolution) 때만해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위챗 등 메시징 서비스가 시위를 확산하고 지탱하는 지렛대가 됐지만 최근 벌어지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안 개정 반대 시위에선 시위자들이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면서 SNS 사용을 조심하고 있다. 시위 참여자들은 교통카드조차도 1회용을 이용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면서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자신을 알렉사라 칭한 25세의 한 여성 시위 참여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 삭제했다. 위챗과 알리페이, 쇼핑몰 타오바오 등을 삭제한 그는 스마트폰에 가상사설망을 설치해 보안 메시징 앱인 텔레그램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신분과 관련한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는 노력이다.

WP는 시위대는 텔레그램과 같은 보안 메시징 앱만을 사용했고 1인용 지하철 승차권을 구입하고 모바일 결제대신 현금을 쓰고 있으며, 혼란상을 담은 사진조차도 찍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얼굴 인식 기술을 갖춘 CCTV에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마스크를 쓰는 것도 자연스럽다.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귀국한 미국 인디애나주 유학생 캐든(21)은 WP에 “개인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보가 텔레그램 채널과 단체 채팅으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캐든은 단체 채팅에서 자신의 사용자 이름을 실제 이름과 전혀 다르게 바꿨고 앱과 관련된 전화번도도 바꿨으며 심(SIM) 카드를 따로 사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라는 등의 조언을 받았다.

그는 “지금은 2014년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다. 당시엔 경찰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을 체포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고 말했다. 알렉사의 경우 “사람들은 시위하는 동안 사진을 찍지 말고 사람의 얼굴이 담기지 않고 시위 장면을 넓게 담은 사진만 찍으라고 말한다”면서 “항상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 등에 업로드하곤 했지만 그럴 경우 이제 그건 내가 현장에 있다는 것을 말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매체 쿼츠도 홍콩 시민들 대부분이 대중교통 이동시는 물론 식사나 물건을 사는데에도 사용하고 있는 충전식 스마트카드 ‘옥토퍼스 카드’를 쓰지 않고 있으며, 이들은 1회용 표를 현금으로 구매하기 위해 역에서 길게 줄을 서 있다고 전했다.

시위자들은 경찰이 우산혁명 때 주요 시위 지도자들을 상대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카드 자료를 추적해 시위 현장에 있었다는 증거로 사용하는 것이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고.

쿼츠는 “홍콩 시위대의 이 같은 행동은 기업과 정부들이 날로 증가하는 개인 데이터를 쓸어담으면서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감시, 그리고 스마트 시티에 대한 위험성에까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봤다.

시위를 이끌고 있는 홍콩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의 친민주 세력 지도자 중 한 명인 보니 렁은 WP에 “중국 정부는 자국민을 감시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개인을 추적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 “우리는 그것이 홍콩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텔레그램도 안전하지 않다.

지난 11일 밤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을 관리한 홍콩 시민 이반 입이 경찰에게 자택에서 체포당했다.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그는 홍콩의 입법 기관인 입법원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를 모의한 혐의를 받았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는 “홍콩에서 시위가 벌어진 바로 그 시간에 역사적인 규모의 디도스(DDoS: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을 당했다”고 했다. 다만 중국은 텔레그램 공격과 관련해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서맨서 호프만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 사이버센터 연구원은 “중국에서 사용되는 데이터 수집 방법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위협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됐다”며 “잡초가 자라기 전에 먼저 뿌리를 죽이는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송환법 반대 운동을 주도한 시민단체들은 15일 기자회견에서 16일 ‘검은 옷 시위’는 하겠지만 17일 진행하기로 한 파업은 취소한다고 밝혔다. 캐리 람 행정수반이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을 무기한 보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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