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에 갇혔다”…레바논 반정부 시위 여파에 하리리 총리 사퇴 발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00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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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 여파로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49·사진)가 29일(현지 시간) 총리직 사퇴를 발표했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왓츠앱에 월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양극화, 경제난, 고질적 부정부패에 지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오면서 시작됐다.

하리리 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막다른 길에 갇혔다. 이 위기를 타개할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임은 시위대의 요구에 응하는 것이자 국가를 위한 헌신”이라고도 강조했다.

그의 사임으로 시위가 잦아들 지는 미지수다. 초기만 해도 시위대는 동요 ‘아기 상어’를 합창하면서 차에 갇힌 아기를 달래는 등 평화로운 비폭력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친정부 세력과 반정부 세력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양측의 물리적 대립이 심각한 수준으로 번졌다. 하리리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이날도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위시한 친정부 세력들이 수도 베이루트의 주요 도로를 막고 반정부 시위대와 충돌했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가 설치한 텐트 등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하리리 총리는 레바논의 대표적인 통신·미디어 재벌로 2009¤2011년 총리를 역임한 뒤 2016년 12월 다시 총리로 뽑혔다. 수니파 신자로 수니파, 마론파 기독교, 무당파가 연대한 ‘미래 운동’의 수장이다. 그는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정을 구성해 권좌에 올랐다. 부자(父子) 총리로도 유명하다. 그의 부친은 1990년~2000년 대 두 차례 총리를 역임한 고(故) 라픽 하리리(1944~2005). 라픽 전 전 총리는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차량폭탄 테러로 암살당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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