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트’ 연장 협상 시작 날, 러시아 “협정 효력 사라질 위기” 으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1일 2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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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과거의 가장 뜨겁게 맞붙었던 시기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상황이다.”

세르게이 라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은 10일 “미국 시스템의 완전한 오작동으로 미국과 체결한 협정의 효력이 상실될 위기에 놓였으며 이로 인해 핵강대국들이 분쟁을 겪을 때 충돌을 억제할 수단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같은 날 미-러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뉴스타트 협정 연장을 위한 협상에 착수하기 전에 나온 메시지였다. 양국은 2011년 발효돼 2021년 종료되는 뉴스타트 협정을 5년 더 연장하는 안을 논의 중에 있다. 미-러는 전 세계 핵탄두의 92%를 보유하고 있다.

이달 들어 핵강국 미국과 러시아의 위험한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로를 향한 협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에선 7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실망감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FT는 “상호간의 불신이 커지면서 핵강국인 두 나라가 위기의 순간에 그 갈등을 관리할 수 없을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8월 영국 전직 스파이에 대한 독극물 살해 시도를 이유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미 법무부가 최근 해킹 혐의로 러시아 군 정보기관 총정찰국(GRU) 소속 요원 7명을 기소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극대화되고 있다. 라브코프 차관은 “미국이 8월 제재를 가한 데 이어 미 의회가 2016년 미 대선 개입을 이유로 또다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고려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뉴스타트 협정 외에 또 다른 핵감축 프로그램인 ‘중거리핵전력제한협정(INF)’을 둘러싼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간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1987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서명한 INF는 사거리 500~5500km의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배치를 전면 금지한 조약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4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 ‘9M729’는 사정거리가 길어 조약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 베일리 허치슨 나토 주재 미국대사는 2일 “러시아가 INF를 위반하고 비밀리에 미사일 지상 발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하지 않으면 가동 전 제거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고,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노골적인 INF 위반은 용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나토는 최근 실전 배치된 9M729가 단거리 미사일과 유사하지만 중거리 미사일 성능을 지니고 있어 유럽 전역에 닿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러시아 외교부 무기통제국장은 “미국이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배치한 미사일 발사대 MK-41 자체가 러시아를 겨냥한 INF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양측은 갈등 속에서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HS)는 “내년 봄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7월에 이어) 다시 한번 핀란드 헬싱키에서 2차 미-러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며 “2월 밸런타인데이를 하나의 옵션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유엔 군축회의에 참석한 예르마코프 국장은 “우리는 미국과 뉴스타트 연장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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