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미투에 당했다”…미국서 反여성주의 힘투(#HimToo) 득세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11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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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미투’로 피해본 남성사례 고발 온라인 운동
캐버노 인준과정서 본격화…성별 구별없는 성폭력 근절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 News1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브렛 캐버노 미 연방대법관. © News1 (자료사진)
여성들의 성폭행 사례를 고발하는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에 대한 반발로 미국 남성들 사이에서 반여성주의 운동 ‘힘투’(#HimToo)가 세를 얻고 있다.

힘투는 성폭행 무고로 피해를 본 남성의 사례를 지칭한다. 거짓 미투로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남성이 있자 미투에 대항하는 의미로 사용됐다.

힘투 지지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5건의 성폭행 미수 혐의에도 브렛 캐버노가 연방대법관에 지명되자 “자신의 아들과 남편, 형제, 삼촌을 생각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매우 행복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캐버노 대법관을 두둔하며 “미국의 젊은 남성들에게 매우 무서운 시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투를 겨냥한 발언이다.

그는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유죄가 인정되는 무서운 상황”이라며 “나는 평생 동안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무죄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제는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는 유죄”라고 말했다.

이처럼 힘투가 본격화된 건 캐버노 인준 과정에서였다. 청문회 당시 힘투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SNS)에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캐버노가 과거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번지자 캐버노 지지자 중 일부가 “민주당 측에서 미투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차원에서 힘투를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는 남성들이 거짓 미투로 잘못 기소될 확률보다 성폭행 피해를 당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범죄로 잘못 기소되는 것은 매우 심각하지만, 여성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일종의 전염병처럼 몰아붙이는 행위는 잘못됐다는 것.

얼마나 많은 미국 남성들이 거짓 미투로 피해를 입었는지 아직까지 정확한 자료는 없다. 다만 복스는 여성단체인 ‘EVAWI’의 성폭력 보고서를 인용, 최대치를 반영해도 미국 남성이 성폭행으로 잘못 기소될 확률은 매년 0.005% 미만이라고 꼬집었다.

미 질병대책센터(CDC)에 따르면 여성 3명 중 1명, 남성 6명 중 1명이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초 여성단체 ‘스톱 스트리트 허래스먼트’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81%, 남성의 43%가 원치 않는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성폭행 인식 개선 활동을 하는 단체 ‘1 in 6’의 셋 스튜어트 이사는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은 여성에게만 일어나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또 힘투로 성별, 폭력, 남성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이 공고해지면 남성에 대한 성폭력이 더 저평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스튜어트는 “남성 피해자들은 캐버노를 고발한 포드 박사를 포함한 여성들의 용기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미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1 in 6에 따르면 실제 포드 교수의 증언 후 피해자 구제를 요청하는 남성 피해자의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힘투 지지자들은 성폭행을 성별에 따라 명확하게 나누고 있다. 여성은 고소를 하고 남성은 고발을 당한다. 하지만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성인은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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