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책의 기준은 뭘까. 표지부터 휘황찬란한 책을 일컫는 거라면 ‘불교의 미를 찾아서’는 거리가 멀다. 디자인에 들인 공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첫눈에 눈길을 사로잡았노라고 말하긴 솔직히 힘들다. 큼지막한 손 글씨체의 ‘미(美)’자가 나름 인상적이긴 해도.
내용도 마찬가지다. 책에서 보건대 인제대 인문학부 교수인 저자는 불교에 상당히 심취한 이다. 최대한 간결하게 불교문화를 설명하려고 애쓴 티가 역력한데, 아쉽지만 교과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의 ‘어여쁨’은 책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마주하는 사진들에서 빛을 발한다. 10여 년 동안 사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찰들을 찾았다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은 놀라울 정도다. 전문 사진작가도 아닌 이가 어떻게 이런 작품을 찍었지 싶어 여러 번 출처를 확인했다.
경북 영주의 부석사 사진은 특히 인상적이다. 절 자체가 워낙 아름답기로 소문났지만 어찌 이리도 근사할까. 일찍이 미술사학자 최순우(1916∼1984)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극찬했던 이유가 다시금 떠오를 정도다. 그 가운데서도 가을날 저녁 위쪽에서 부석사를 끼고 내려다본 산세를 담은 사진과 밤새 내린 눈에 덮인 부석사가 새벽 햇살에 황금빛으로 변모한 사진은 놓치지 마시길. 이 사진 두 장을 만난 것만으로도 ‘불교의 미를 찾아서’는 정말 예쁜 책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우고 싶다.
교과서 분위기가 난다고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책은 초심자에게 입문서로 꽤 추천할 만하다. 전국의 사찰을 꼼꼼히 살펴 부처와 보살에 따라 매력적인 장소를 정리해놓은 것도 여행객에게는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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