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대위 출범 앞두고 자기 우물에 침 뱉는 통합당 중진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7일 00시 00분


코멘트
총선 참패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수습 방향을 잡은 미래통합당 안팎의 갈등 양상이 저급한 비방전으로 치닫고 있다. 비대위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부터 고령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변화와 혁신을 이끌기에 부적절하다는 반발까지 다양하다.

특히 영남권에 기반을 둔 자칭 보수진영 차기 대선 주자라는 이들이 ‘김종인 비토론’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차기 대선 출마를 공언하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어제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이 1990년대에 기소돼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두 건의 뇌물수수 사건을 잇달아 거론했다. 사실상 인신공격이다. 총선에서 계파 상당수가 당선된 유승민 의원 진영에서도 ‘김종인 비대위 반대론’이 나오고 있다. 그러자 당내에선 지금 비대위원장감으로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다는 지지론도 잇따라 나오는 등 혼돈 상황이다.

총선 패배 후 혼란에 빠진 당을 추스르는 일을 놓고 이런저런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의견들이 당을 살리기 위한 논의가 아니라 세력 다툼에 기반하거나 밖에서 무책임하게 흔드는 방식이어선 안 된다. 비대위 체제 전환은 소속 의원과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전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등 공식적인 당내 절차로 결정됐으며 28일 전국위원회 추인을 남겨두고 있다. 공중분해된 당 지도부의 복원과 참패 요인 분석, 근본적 혁신과 세대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비대위에 달려 있다. 궤멸적 패배를 딛고 환골탈태해야 하는 지금 다른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보수야당의 진정한 새 출발을 바라는 국민을 또 한번 배신하는 행위다.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보수 정치세력에 유례없는 패배를 안겼지만 보수의 가치를 지지하는 목소리 역시 엄존함을 확인시켰다. 존폐의 갈림길에 선 통합당은 지금 당권과 당내 이익을 염두에 두고 서로 다툴 때가 아니다. 통합당 중진들이 총선 참패 후 열흘 넘게 지나는 동안 보여준 모습은 침몰하는 배 안에서 더 좋은 자리 차지하겠다며 멱살잡이를 하는 것이 전부다. ‘다시 태어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아직도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총선#비상대책위원회#미래통합당#김종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