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과 상상하라”며 사드 보복 상기시키는 中의 ‘겁박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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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궈훙 주한 중국대사가 28일 국회 강연에서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後果)를 초래할지 여러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이 미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한국 배치 요구 가능성을 제기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지만, 외교사절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힘든 고약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앞으로 미중 관계를 뜨겁게 달굴 이슈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8월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탈퇴하며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 추진을 공언한 이래 중국은 극도의 경계심을 표출해왔다. 중국은 좌시하지 않겠다며 한국 일본 호주를 겨냥해 “신중히 생각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인 탓에 우리 정부도 “공식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고, 계획도 없다”고 밝혀왔다. 그렇다고 향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핵 문제 해결이 물 건너가고 중국이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는 상황이 된다면 한반도엔 미국의 전술 핵무기는 물론이고 중거리미사일도 배치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재작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이 보여준 치졸한 보복 행태는 우리 국민의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사드 보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런데 외교관이 주재국을 향해 ‘사드 사태를 기억하라’는 투로 사실상 더 큰 보복을 위협하는 언사를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충분히 정치적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잘 대응하리라 믿는다”니 이런 무례한 외교가 어디 있는가.

닷새 뒤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사드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외교적 소통의 계기가 될 테지만 중국은 이마저 중거리미사일 문제에 쐐기를 박는 자리로 삼을 수 있다. 중국은 스스로는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미국을 향해 패권주의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동아시아를 자기 구역으로 여기며 주변국을 겁박하는 중국의 행태야말로 골목대장 노릇을 하겠다는 시대착오적 패권외교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보복#중거리미사일 배치#추궈훙#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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