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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내쫓는 ‘아시아 최초 난민법 시행국’[현장에서/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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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내쫓는 ‘아시아 최초 난민법 시행국’[현장에서/박상준]

박상준 사회부 기자 입력 2019-07-17 03:00수정 2019-07-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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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면접조서 조작 사건’의 피해자 오마르 씨가 법무부로부터 강제퇴거 명령을 받아 15일 오후 출국하고 있다. 인천=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박상준 사회부 기자
15일 오후 3시 40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한 탑승구. 법무부로부터 강제퇴거 명령을 받아 비행기 탑승을 앞두고 있던 오마르 씨(32)를 만났다. 오마르 씨는 본보가 지난달 18일 보도한 법무부의 ‘난민 면접조서 조작 사건’ 피해자다.

청주보호소 직원 2명의 감시를 받고 있던 오마르 씨는 기자의 질문에 조심스레 답했다. 그는 “면접조서가 조작됐는데도 강제출국 명령까지 받게 돼 억울하다”며 “마지막으로 형을 봤으면 좋았겠다”고 말한 뒤 기내로 들어갔다. 오마르 씨의 형은 “공항에서 동생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보호소 측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오마르 씨는 18세이던 2005년 모국 수단에서 강제 징집됐다. 군부는 그에게 민간인 살해와 야당 사찰 등을 지시했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그는 탈영했다가 2013년 붙잡혀 전기고문과 구타를 당했다. 다시 탈출한 그는 2015년 12월 한국으로 와 난민 신청을 했고 2016년 5월 난민 면접을 봤다. 하지만 난민 자격을 얻지 못했다. 난민 심사 과정에서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소속 직원이 그의 입국 목적을 ‘돈벌러 왔다’고 허위 기재했기 때문이다.

1992년 한국이 가입한 유엔 난민협약상 난민 신청자를 강제로 송환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2013년 시행된 한국 난민법을 따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오마르 씨는 왜 강제출국된 것일까. 한국에는 ‘난민 신청 비자’가 없다. 이 때문에 난민 신청자는 사업 초청 등의 단기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할 수밖에 없다. 입국 목적이 비자와 다르면 출입국관리법 위반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난민 신청을 한 1만6173명은 모두 출입국관리법을 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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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2017년 4월 오마르 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때는 법무부 공무원의 면접조서 허위 기재 사실이 밝혀지기 전이다. 검찰은 “한국에서 취업을 하거나 난민 신청을 할 계획이었음에도 사업 초청용 사증을 신청해 입국했다”며 오마르 씨를 기소했다.

난민협약 제31조에 따르면 입국 과정이 불법이더라도 이를 이유로 형벌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오마르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제송환은 불가능하지만 법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했기 때문에 법무부는 강제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오마르 씨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린 뒤 8개월간 청주보호소에 구금했다. 견디다 못한 오마르 씨는 결국 난민 신청자 지위를 포기하고 출국을 택했다.

면접조서 조작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뿐 아니라 난민 신청자의 보호와 난민 신청 절차, 입국을 위해 필요한 비자 발급과 관련한 세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시행했다. 법무부는 이를 발표하며 “인권국가로서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오마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인간적인 나라로 알고 있었다.”

박상준 사회부 기자 speakup@donga.com
#난민 면접조서 조작 사건#난민#강제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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