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피플]33년 ‘제일맨’ 김진관 SC제일銀 부행장 명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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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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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즐기는 사람이 은행원 돼야”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제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 은행원이 돼야 합니다.”

33년간 ‘제일맨’으로 살았던 김진관 전 SC제일은행 부행장(58·사진)이 젊은 행원들에게 들려주는 충고다. 1979년 1월 제일은행 행원으로 입사한 김 전 부행장은 지난달 31일 명예퇴직했다. 그의 장남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한 뒤 SC제일은행의 외환담당 부서에서 일하고 있으며 부인도 결혼 전 제일은행에서 근무했다. 그가 ‘제일은행은 내 삶 그 자체’라고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김 전 부행장은 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은행들이 세계 대형은행과 경쟁하고, 금융상품의 발달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만큼 직업 안정성 때문이 아니라 ‘변화와 도전을 즐기기에 은행을 선택했다’는 젊은이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퇴직은 SC제일은행이 조만간 은행명에서 ‘제일’이라는 단어를 빼기로 한 것과 연결되면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창업 83년의 제일은행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즈음에 그의 퇴직을 아쉬워하는 직원이 많았다고 한다. 김 전 부행장도 “‘제일’이라는 단어가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 성이 바뀌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일본 도쿄지점에서 두 차례 근무하고, 오랫동안 대(對)정부 및 홍보업무를 담당한 그는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한 ‘금융계의 마당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준희 기업은행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등이 도쿄지점장 시절부터 그의 ‘절친’이다. 한국 최초의 외국인 시중은행장이었던 윌프레드 호리에 전 제일은행장을 비롯해 현 리처드 힐 행장까지 총 5명의 외국인 행장을 보좌한 남다른 이력이 있다. 그의 인맥을 눈여겨본 힐 행장은 작년 3월 그를 금융권 최초의 ‘은행장 대사(大使·CEO’s Ambassador)’로 임명하기도 했다. 그는 힐 행장을 대신해 각종 대외행사에 참석하면서 외부 목소리를 은행에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김 전 부행장은 “은행원은 고도의 도덕성이 필요한 직업”이라고 자주 말했다. 그는 “많은 선후배들이 불미스런 일에 연루돼 은행을 떠났다”며 “가족이나 친구의 간단한 부탁도 들어주지 않아 원망을 많이 들었지만 청렴에 관한 엄격성이 33년간 한 은행에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67일이라는 금융권 최장기 파업으로 내상을 입은 SC제일은행의 파업 사태와 관련해서는 “노사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고객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외국 자본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지 10년이 넘는 만큼 직원들도 영어 등 자기계발에 힘쓰고 사측도 한국 특유의 문화를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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