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이종훈/준비 안된 ‘주5일제’

  • 입력 2004년 5월 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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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부문 주5일 근무제 도입을 50여일 앞두고 확정 발표한 시행방침에 대해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부문 주5일제는 국가기간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주5일제가 시작되는 민간기업에까지 엄청난 파급 효과가 예상되는 중대한 노동정책이다.

그러나 노동부는 4일 △월차휴가 폐지, 연차휴가 축소 △생리휴가 무급화 등 작년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른 시행계획을 그대로 되풀이하면서도 예상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인력 충원 문제가 대표적인 케이스. 근무시간이 주당 4시간 줄어들면 현재의 10%에 달하는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정부의 취지도 주5일제 도입을 통해 근로자의 여가시간을 늘리고 동시에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223개 시행사업장에서 몇 명의 인력과 얼마의 예산이 더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도 내놓지 못했다.

노동부의 한 간부는 “인력 차질로 대민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급하면 (기존근로자가) 연장근로를 하면 된다”는 임기응변식의 답변을 하기도 했다.

지하철, 국공립병원, 전력 등과 같은 분야는 민생과 직결돼 있으면서도 특수기능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분야의 여러 상황에 대비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민주노총 공공연맹측은 “주5일제를 위해 인력을 미리 뽑아 훈련 중인 기관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침을 따르지 않는 기관은 경영평가를 통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노동계는 “정부는 입만 열면 ‘노사자율협상의 원칙을 중시한다’면서도 정작 공기업에는 협박성 단협 지침을 내려 보내 노사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경영평가에 어떤 방식으로 정부 지침의 준수 여부를 반영하겠다는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작년 9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8개월이 지났는데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준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이종훈 사회1부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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