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테니스]'흑진주' 비너스 "이젠 적수가 없다"

  • 입력 2000년 9월 27일 18시 44분


‘이보다 더 기쁠 수는 없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라도 도와주는 것 같다.

최고의 시즌에 올림픽까지 열렸으니 금메달 역시 그의 차지가 당연해 보였다.

27일 시드니 올림픽파크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20·미국)는 ‘러시아의 샛별’ 엘레나 데멘티에바(19)를 55분만에 2―0(6―2 6―4)으로 꺾고 예상대로 정상에 올랐다.

올 6월 프랑스오픈에서 아란차 산체스 비카리오(스페인)에게 패한 뒤 파죽의 32연승을 달린 윌리엄스는 6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단일시즌에 윔블던과 US오픈, 올림픽 우승을 모두 휩쓴 것은 88년 슈테피 그라프(독일) 이후 사상 두 번째.

여자 테니스에서 최다연승기록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74게임. 윌리엄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하면서 일부에서는 전무후무한 이 기록마저 깨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돌 정도다.

“금메달을 위해 정말 힘들게 싸웠다. 5주연속 출전의 믿기 힘든 강행군이었지만 결국 해내

너무 기쁘다.” 프로 선수에게 올림픽은 관심 밖인 게 사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수십만달러의 상금이 걸린 메이저 대회보다도 올림픽에 애착을 가졌다.

국가를 대표하는 명예가 걸려있으며 그랜드슬램은 언제나 도전할 수 있지만 4년 만에 개최되는 올림픽은 다르다는 것. 시상식을 마친 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TV로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키웠던 메달의 꿈을 이루게 돼 너무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는 윌리엄스는 28일 벌어지는 복식 결승에서 동생 세레나와 호흡을 맞춰 크리스티 보헤르트―미리엄 오레만스(네덜란드)조와 맞붙는다. “동생과 함께 복식에서도 우승하면 단식 때보다 더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윌리엄스의 야망에는 끝이 없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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