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실전강좌]시험시간 10% 답안검토위해 남겨라

  • 입력 1999년 12월 28일 19시 47분


‘컴퓨터가 미래 사회의 필수품이 되었으므로….’

98학년도 이화여대 논술 채점진이 오류의 한 예로 든 문장이다. ‘되었으므로’는 ‘될 것이므로’를 잘못 쓴 것이다.

퇴고 흔적이 없는 답안의 특징은 이처럼 ‘사소한 실수’가 많다는 것. 실수로 글자 하나를 잘못 쓰는 바람에 의도와는 전혀 다른 뜻이 되어 감점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실수로 잘못 썼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채점자의 입장이다. 따라서 시험시간의 10%는 무조건 퇴고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

퇴고의 3원칙은 삭제, 첨가, 재구성이다.

▼지울땐 두 줄이 좋아▼

삭제나 첨가시에는 대부분 교정부호를 사용한다. 그런데 교정부호 중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것도 있다. 띄움표 붙임표 줄바꿈표 등은 많이 사용해도 괜찮지만 지움표 고침표(작문교과서 참조)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쓴 글을 지울 때는 깨끗하게 두 줄을 긋는 것이 좋다. 고칠 때에는 고칠 부분에 두 줄을 긋고 바로 위의 여백에 고칠 내용을 쓰면 된다. 두 줄을 그을 때는 자를 사용하면 깨끗하다. 흔히 남학생보다는 여학생이 답안을 깨끗하게 작성한다. 지금이라도 필통 속에 작은 자를 하나 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

삭제할 때에는 답안의 분량도 고려해야 한다. 글자수를 맞추어서 완성한 답안을 퇴고하다가 한 문장을 빼버린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답안 분량이 모자라 감점을 당하게 된다.

명심해야 할 것은 한 문장 정도는 퇴고와 수정이 가능하지만 한 단락이 넘으면 고쳐 쓰기가 매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논술 답안지는 8절지(국어교과서를 펼친 크기)의 앞뒤에 각각 1000자 내외를 쓸 수 있는 원고지가 인쇄돼 있다. 한 단락 정도를 고쳐 쓸 수 있는 여백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앞서 강조했던 것처럼 구상 단계에서 계획이 잘못되면 만회할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밖에 퇴고할 때의 유의사항 몇가지를 살펴보겠다.

퇴고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주어―서술어의 호응 여부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이면서 한번만 살펴보아도 고칠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주어―서술어가 호응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로잡기가 어렵다면 문장이 너무 긴 것이다. 이런 경우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나는 행복이란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이 문장에서 ‘나는’과 ‘고 생각한다’ 부분이 없어도 똑같은 의미가 된다. 논술문은 어차피 글쓴이의 생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쓴이 자신을 나타내는 말은 쓸 필요가 없다. 심지어 ‘나는’ 대신에 ‘본인은’ 또는 ‘필자는’ 등으로 쓴 경우도 있다. 이런 표현이 굳이 필요하다면 논술문의 어딘가에 잘못이 있는 것이다.

‘∼것 같다’‘∼일지도 모른다’라는 표현을 쓰는 학생도 많다. “잘 모르면서 단정적으로 쓰면 안되니까”라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기왕 썼으면 자신있게 써야 한다. 자신없는 표현이 좋은 평가를 받을 확률은 0%지만 자신있는 표현은 좋은 평가를 받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신없는 표현 한두개가 글 전체의 논지를 흐리기도 한다.

▼구어체보다 문어체를▼

논술문에는 구어체보다 문어체가 더 잘 어울린다. 학생들이 많이 쓰는 구어체의 예는 △건 △게 △근데 △엄청나게 등이다. 각각 △것은 △것이 △그런데 △매우로 고쳐 써야 한다.

‘학생다운’ 용어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작금의 우리가’‘심히 통탄치 아니할 수 없다’처럼 어른스럽게 표현한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은어나 유행어 등도 쓰지 말아야 한다. 98학년도에 전남대에서는 ‘왕챙피’‘별나게 튀는 행위’ 등의 표현을 써서 감점당한 사례가 발표된 적도 있다.

정선학(중앙교육진흥연구소 평가연구실 논술팀장) ibe2000@edutopia.com

▼'화장실-회장실' 점 하나 실수도 조심해야▼

이승만대통령 시절, 어느 신문에서 ‘大統領(대통령)’을 ‘犬統領(견통령)’으로 잘못 썼다가 편집간부들이 줄줄이 경을 쳤다는 일화가 있다. 화장실―회장실, 철도청―절도청 등의 경우처럼 ‘점 하나’가 엄청난 뜻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논술문에서도 이처럼 작은 실수 하나가 큰 감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음은 실제 학생의 답안에서 발췌한 실수들이다.

·우리 나라는 현재 정책적으로 체계화를 추진해 가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학력이 신문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교사들의 성격 비율이 현저한 불균형을 보인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첫번째 문장은 ‘세계화’를 ‘체계화’로 잘못 쓴 것이고, 두번째는 ‘신분’을 ‘신문’으로, 세번째는 ‘성적(性的)’을 성격으로 잘못 쓴 것이다. 물론 몰라서가 아니라 실수로 잘못 쓴 것이다. 학생들은 절대로 이런 실수는 하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채점교수들에 따르면 채점할 때마다 10% 정도의 답안에서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견된다고 한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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