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조에서 최동원까지…야구 스트레스 상상초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4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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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사이에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에 이어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선수 시절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자랑했던 이들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두 사람을 괴롭혔던 병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 없다. 야구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의 상상 이상이다. 야구는 태생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종목이다. 역대 프로야구 최고 타율 기록을 갖고 있는 장 감독의 통산 타율은 0.331이다. 100번 타석에 들어서서 33번 안타를 친 셈이다. 거꾸로 말하면 67번은 범타로 물러났다는 뜻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 타자로 일본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이승엽은 "야구가 잘될 때는 한없이 행복하다. 그런데 그 행복한 순간은 아주 짧다.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투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던져도 동료 타자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없다. 잘 던지고도 후속 투수들의 난조로 승리가 날아가거나 패전 투수가 되기도 한다. 동료 투수의 승리를 날린 불펜 투수의 심정은 또 어떨까. 한국 최고 마무리 오승환(삼성)은 "내가 못해서 내가 피해를 보면 괜찮다. 그런데 공 1개 때문에 팀이 지고, 이전까지 잘 던진 투수의 승리가 날아가는 걸 보면 미칠 것 같이 괴롭다"고 말한다.

야구는 매일 경기가 열리는데다 시즌도 긴 스포츠다. 하루하루 승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연패에 빠진 팀의 더그아웃에서는 웃음소리는커녕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선수도 많다.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하고, 경기 후엔 경기 내용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쏟아지는 팬들의 비난에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다"는 선수도 상당수다.

프로 선수들과 심리 상담을 자주 하는 한덕현 중앙대 신경과 교수는 "축구 같은 단체 운동에서는 골키퍼의 결정적인 실수 같은 경우가 아니면 실수를 해도 동료나 팀에게 위로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야구는 개인 운동과 단체 운동이 절묘하게 결합돼 있다. 실책 하나가 곧바로 패배로 연결되고 또 눈에 드러나게 된다. 스트레스 강도와 노출 빈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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