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칫돈 빼? 말아?” 혼란스러운 고객들 문의 빗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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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온종일 답변 진땀

노후 대비로 연 수익률 6.5%의 3년 만기 주가연계증권(ELS)에 1억 원을 투자한 직장인 이모 씨(59)는 간밤에 잠을 설쳤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춰지면 내년 1950만 원의 이자를 받는 이 씨도 과세 대상자가 돼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중산층의 은퇴 자금까지 ‘부자 세금’ 대상으로 삼는 게 말이 되느냐”며 “걱정이 돼서 잠도 못 잤는데 하루 만에 말이 뒤집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주택 임대소득 과세 강화 권고안을 발표한 다음 날 금융권과 부동산중개업소 등에는 투자자들의 상담 문의가 빗발쳤다. 여기에다 기획재정부가 하루 만에 재정특위의 권고안을 사실상 반대하면서 투자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시중은행과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본인이 포함되는지 확인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직장인과 전문직,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자 중심으로는 세 부담을 피할 수 있는지 상담하는 전화도 줄을 이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50명 규모로 세금 세미나를 열겠다고 안내했더니 오전에 바로 마감됐다”며 “증세 이슈가 계속되다 보니 세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날 고객들의 불만을 듣느라 진땀을 뺐다. 특히 재정특위의 권고대로 새롭게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중산층의 반발이 컸다. 김정란 KEB하나은행 대치동골드클럽 PB팀장은 “금융소득 연 2000만 원 이하로 재테크 전략을 짰던 중산층이나 부동산과 예금 비중이 높은 은퇴자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펀드나 배당주 같은 고수익형 금융상품 투자로 소득을 올리는 30, 40대도 큰 관심을 보였다.

기재부가 이날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당장 내년에 강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은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3년 만기 정기예금(연 금리 1.7%)에 3억 원을 가입한 김모 씨(58)는 “은행에 문의했더니 이자가 1530만 원이라고 해서 예금을 중도 해지해야 되나 고민했다”며 “민감한 세금 문제에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동산 시장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재정특위는 소형 주택은 물론이고 올해까지 비과세였던 연 2000만 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과세하도록 권고했지만 기재부는 신중한 반응을 내놨다. 서울과 지방에서 소형 아파트 7채를 임대하고 있는 김모 씨(48·여)는 “소형 주택도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고 해서 지방 아파트를 팔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하루 만에 또 뒤집히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소형 주택 임대료나 전세금에 대한 과세 등은 조세 저항이 클 수 있어 정부가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건혁 gun@donga.com·주애진 기자
#과세#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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