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풀려난 호주 유학생…北 거주 외국인들, 어떻게 살고 있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5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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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글리 억류 이유는 밝혀지지 않아
서양인 약 200명 북한에 거주 中
전문가 "위험하지만 北관계구축에 가치 있어"

북한에 억류됐던 호주인 유학생 알렉 시글리(29)가 풀려났다. 아내가 있는 일본으로 돌아간 시글리는 5일 성명을 통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혔을 뿐 북한에서의 억류 이유 등에 대해 함구했다.

전문가들 역시 시글리의 억류 이유를 추측하지 못하고 있다.

김일성대학에서 석사를 밟으며 북한에 1년 이상 거주했던 시글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한의 소소한 모습을 전하며 서방 국가와 북한의 가교 역할을 했다.

그의 SNS에는 북한 정치 혹은 체제에 대한 비판 등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글리는 오히려 공산정권에 대한 자신의 흥미를 나타냈다.

BBC는 이날 과연 북한 정권이 외국인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북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왜 그곳에 있는지 집중 조명했다.

◇북한에서 볼 수 있는 외국인?

BBC는 북한에 있는 외국인은 크게 두 개의 그룹으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바로 ‘서양인’과 ‘중국인’이다.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스탠포드 대학교 아태연구소의 수석연구원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박사는 현재 북한에 약 200명의 서양인들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대부분 평양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 각국의 외교 담당자, 인도주의 단체 활동가부터 평양과학기술대학대의 교환 교수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에 들어온 이들까지 다양한 이유 북한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수는 중국을 따라올 수 없다.

경남대의 한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가장 강력하고 가까운 동맹국”이라며 “지난해 양국 관계가 개선된 이후 중국인 관광객 수는 폭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12만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서양인 관광객 수를 모두 합쳐도 5000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20배가 넘는 숫자다.

북한에 거주 중인 중국인의 수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으나 이 역시 서양인들의 수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장기 체류, 가능한가?


존 닐슨-라이트 케임브리지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북한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상당히 특수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헀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오랜 기간을 거주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며 “이들은 보통 정해진 기간 동안 자국에서 부여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했다.

경남대 교수는 “사실상 북한에 들어오는 비자를 받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비정부기구(NGO)는 더욱 심하다”며 “북한은 이들에 신원을 보증하기 위한 다양한 증거 자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들의 입국 과정은 상당히 절처하다. 장기 체류를 시도하는 이들의 경우 국가 정보기관에서 직접 개입해 조사를 할 것이다”고 했다.

◇알렉 시글리, 어떻게 북한에 들어갔나

시글리의 첫 북한 비자는 2012년 발급된 관광 비자로 확인된다. 이후 그는 ‘통일투어’라는 작은 여행사를 차려 서양인을 상대로 한 북한 관광 여행 프로그램을 판매했다.

중국학 학자인 호주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를 둔 그는 중국에서 대학을 다녔다.

시글리가 지난 3월 영국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그는 중국 유학 시절 함께 지내던 북한 출신 학생들을 통해 김일성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블로그에는 “김일성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식적인 방법은 없다”며 사실상 평판 조회가 합격을 좌우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글리는 “합격 전 친구들은 내 신원을 보증해줬고, 나는 지난 2년 동안 메일을 통해 교류를 지속하며 개인 진술서, 건강 진단서, 전과 유무 등을 확인하는 서류를 제출했다”고 썼다.

까다로운 과정을 마치고 시글리는 작년 4월 김일성 문학대학에서 정식으로 조선 문학 석사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그의 트위터에 따르면 현재 김일성대의 서양인 유학생은 그를 포함해 모두 3명이다. 또 다른 이들은 캐나다와 스웨덴 국적으로 알려졌다.

김일성대학에 재학하면서도 그는 방학이나 새해에 호주의 가족들, 혹은 일본의 아내를 만나러 가는 등 자유로게 북한을 출입국했다.

◇서양인들의 북한 생활, 어떤 모습일까?

시글리는 자신의 블로그에 “나는 학생비자로 장기 체류 허가가 난 외국인으로 평양 내에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며 “이는 외국인으로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또 자신을 북한 동반인 없이 자유롭게 평양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이례적인’이란 묘사에서 알 수 있듯 북한을 방문한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가이드를 대동해 움직여야 한다. 출입이 가능한 곳도 한정적이다.

서양인들에게 가하는 규제도 많다. 현지인들과 어울릴 수도 없고, 사진 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닐슨-라이트 교수는 “북한에서는 어떤 것도 당연하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직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사건만 보더라도 서양인들은 악의 없이도 심각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범법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브라하미안 교수는 “북한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은 대부분 이같은 위험을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어렵지만 북한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접촉면을 늘리는 것은 국가간의 의혹을 줄이고 서로의 문을 여는 최선의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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