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에 압도당한 中, 친환경 선박 저가수주 공세 거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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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LNG-메탄올 연료선박 수주 1위
탄소감축 흐름에 고도성장 예고
中, 예상금액보다 싸게 물량 공세
기술력 앞선 韓 ‘선별수주’로 맞불

14일 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보유 선복량 기준 글로벌 2위 선사 머스크는 최근 중국 조선업체인 양쯔장조선과 14억 달러(약 1조9000억 원)에 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선 8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맺었다. 양쯔장조선은 애초 국내 조선사들이 예상하던 계약금(선박 가격)보다 1000억 원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조선사가 주도해 온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중국 조선사들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7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기존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친환경 선박 시장의 고도성장이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 조선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선박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메탄올 등 친환경 연료를 이용해 움직이는 선박을 뜻한다.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선두는 한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 친환경 선박 발주량 2606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50%인 1312만 CGT를 수주해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오세아니아, 아시아 선사 등으로부터 2조4230억 원 규모의 가스선(8척)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HD한국조선해양이 올해 5월 11일까지 수주한 전체 선박(76척) 중 벙커C유 이외의 연료를 쓰는 ‘친환경 선박’ 비중은 62%(47척)에 달한다.

중국은 지금까지 한국이 주도해 온 친환경 선박 수주 시장에서 낮은 가격을 무기로 ‘물량 공세’에 나서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메탄올 추진 선박 등 차기 친환경 선박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며 추격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99%)과 질소산화물(80%), 온실가스(25%) 등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암모니아 수소 등과 함께 LNG를 뒤이을 친환경 선박 연료로 꼽힌다. 미국 선급 ABS는 메탄올 추진 선박이 올해 첫 주문부터 2028년 인도 완료 시점까지 연평균 성장률 171%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양쯔장조선의 계약에 앞서 중국 다롄조선이 수주한 것도 메탄올 추진선이었다. 지난해 8월 10억 달러 규모의 1만5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6척을 프랑스 선사 CMA CGM으로부터 수주했다. 당시에도 한국 조선사들이 예상하던 금액보다 1000억 원 이상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중국 조선사의 추격에도 한국 조선사들은 양적 성장보다는 좋은 계약을 우선적으로 따내는 ‘선별 수주’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수주 잔량이 3년 치를 넘어섰고, 선가(船價) 또한 높아지는 만큼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MSC와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의 메탄올 수주가 늘면서 친환경 선박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기술력에서 앞서는 만큼 중국의 가격 공세에 휘말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양쯔장조선#선사 머스크#친환경 선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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