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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로세토 효과’[횡설수설/우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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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와 ‘로세토 효과’[횡설수설/우경임]

우경임 논설위원 입력 2020-02-27 03:00수정 2020-02-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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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동성로 상황입니다. 이곳에 계신 자영업자분들의 마음을 한번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21일 대구 맛집을 소개하는 페이스북 ‘대구 맛집일보’에는 텅 빈 대구 동성로 거리를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페이스북 운영자는 식당들이 남은 식자재라도 처분할 수 있게 돕자고 호소했다. ‘유창동 고깃집에 고기 500인분 남았다’ ‘동성로 연어집에 연어 사시미 70접시가 남았다’는 식으로 손님이 끊긴 식당을 소개하고 평소보다 싼값에 팔도록 했다. 잠시 후 식당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매진 행렬 속에 제값보다 더 주고 사가는 손님도 많다고 한다. 따뜻한 위로를 받은 식당 주인들이 다시 용기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마비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가중되자 대구 서문시장과 중구 서구 등 일부 건물주가 상가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에서도 남대문시장 내 점포 33%(4000여 곳)가 임대료를 3개월간 20% 낮추기로 했다. 점포 4300곳이 자리한 동대문종합상가도 임대료와 관리비를 20% 인하한다.

▷우리는 사회적인 재난 때마다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돕는다)을 실천했던 DNA가 있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바지선이 충돌해 기름이 바다를 뒤덮었다. 겨울바람을 맞으며 돌과 모래를 흡착포로 일일이 닦은 자원봉사자 123만 명이 기적을 만들었다. 바다가 제 빛깔을 되찾았다. 18일 17주기를 맞은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에도 전국에서 온정의 손길이 답지했다.


▷1960년대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정착한 펜실베이니아주 로세토 지역. 이 마을 사람들은 술, 담배를 즐기고, 소시지를 자주 먹는데도 유독 심장병 발병률이 평균보다 낮았다. 스튜어트 울프와 존 브룬 박사는 30년간 추적 조사를 통해 가족과의 이별, 경제적인 파산 등 개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웃사람들이 따뜻한 도움을 주는 문화가 심장병 발병률을 낮춘 원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공동체가 나를 지켜 주리란 신뢰가 있을 때 개인은 건강해진다는 것, 바로 ‘로세토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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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과 같은 사회적인 재난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취약계층은 감염도 걱정이지만 당장의 생계도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먼저 쓰러진다. 동네 곳곳 자영업자가,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불안정한 일자리 종사자가 그러하다. 홀몸노인은 끼니조차 위태로워졌다. 함께 고통을 나눠 서로의 건강을 지켜내는 ‘로세토 효과’가 절실한 지금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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