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반도체 진출 도쿄선언’ 최고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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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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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년 맞이 기획/한국기업 100년, 퀀텀점프의 순간들]
학계-재계 전문가 자문그룹 설문… 쇳물 첫생산-포니 車 탄생 2, 3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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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에 대해 신앙에 가까운 집념을 갖고 계시는데 계기가 뭔가요?” 1985년 11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의 대담에서 동아일보 기자가 이렇게 질문하자 이 회장이 답했다.

“내가 일본에서 만난 이나바 히데조 박사가 ‘앞으로 산업은 반도체가 좌우한다. 경박단소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어요. 또 1982년 미국에 가보니 반도체 진출이 늦어질수록 뒤처진다는 마음이 굳어져 현지에서 본사로 전화를 걸어 준비하라고 했지요.”

1983년 2월 8일, 이 회장은 반도체 중에서도 첨단 기술인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선언했다. 그 유명한 ‘도쿄 선언’이다. 당시 삼성은 가전제품용 고밀도집적회로(LSI)도 겨우 만들던 때라 미국 인텔이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비웃었다. 이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잘못하면 삼성그룹 절반 이상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성이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회고했다.

도쿄 선언은 동아일보가 외부 자문위원 30명과 함께 선정한 ‘한국 기업 100년, 퀀텀점프의 순간들’ 중 최고의 순간으로 꼽혔다. 동아일보가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경제·경영학계, 이공계 교수, 경제단체 연구원장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2위와 3위는 한국 경제의 오늘을 떠받치고 있는 철강과 자동차 출발의 순간이었다.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에서 처음 쇳물을 배출한 장면, 1976년 한국 최초의 독자 개발 승용차 ‘포니’의 탄생이 각각 뽑혔다. 최원식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는 “자동차는 당시 첨단산업의 대표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염희진 기자
#삼성그룹#이병철 회장#반도체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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