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01×’번호 2G폰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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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재고 바닥나고 기지국 노후… KT 이어 SKT도 서비스중단 계획
재난문자 수신 불가능 우려에도 상당수 이용자 번호 유지 원해

1996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상용화한 2세대(2G) 이동통신이 장비 노후화와 부품 단종으로 통신산업의 ‘시한폭탄’이 됐다. 2G 통신망에 대한 유지 보수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010이 아닌 ‘01×’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사용자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중단 허가권을 가진 정부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사들로부터 제출받은 2G 이동통신 현황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2G 가입회선 117만4000여 건 중 실제 가입자가 사용하고 있는 회선은 SK텔레콤 30만3000여 건, LG유플러스 27만6000여 건 등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약 28만 건은 3개월 동안 사용 이력이 없고, 나머지는 이통사들이 기지국 관제 등 내부 용도로 쓰고 있다. KT는 2011년에 2G 서비스를 중단했다.

LG유플러스는 일부 4G(LTE) 가입자들의 음성통화 용도로 2G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서비스를 종료하기 힘들다. 하지만 SK텔레콤의 30만 여 실사용 회선은 순수 2G 서비스 이용자들이다. 문제는 2G가 상용화된 지 20년이 훌쩍 넘어 기지국이 노후화되고, 부품 재고까지 바닥나 이들이 자칫 ‘통신 블랙아웃’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의 2G 기지국 및 중계기 고장 건수는 2017년 1만8538건에서 2018년 2만3141건,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1만5582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부품 재고는 연내 바닥나는데 더 이상 추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장 뿐만 아니라 택지 개발 등으로 2G 기지국이 필요한 곳이 신규로 생기지만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G 사용자들은 대체로 구형 단말기를 쓰고 있어 재난문자 수신도 안 되거나 특정 지역에 가면 통신신호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번호자원에 대한 정부 규정 상 3G와 LTE, 5G 서비스에선 ‘01×’ 번호를 사용할 수 없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2G망을 유지하려는 이용자들이 있는 상황이다. 과기부는 KT의 2G 서비스 종료 당시 2G 가입회선 수를 전체 가입회선의 1% 미만으로 낮춰야 허용한다는 ‘1% 룰’을 적용했다. 이 기준대로라면 SK텔레콤은 연내에 2G 서비스를 종료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체 가입자의 1%인 약 27만 회선 이내로 줄어들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변 의원은 “통신재난 피해 예방과 주파수 등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정부가 과거의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2G 종료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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