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확인장치, 그게 뭐죠?”…어린이 통학버스 단속 동행해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8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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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확인장치? 그런 거 없는데…”

14일 오후 3시.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안. 경찰이 어린이 수영교실 통학차량 앞으로 다가가 운전자에게 “하차확인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하자 운전자는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운전자는 “나는 모르는 일이니 수영교실 원장하고 통화를 해 보라”고 했다.

수영교실 통학차량은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에 해당한다.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어린이집, 학원, 체육시설 등이 13세 미만의 어린이 통학에 사용하는 차량으로 다른 차량들에 비해 지켜야 할 안전의무가 더 많다. 하차확인장치 설치도 그 중 하나다. 어린이 통학버스의 하차확인장치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올해 4월 17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수원의 수영교실처럼 하차확인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어린이 통학버스들이 여전히 전국의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6, 7월 두 달간 전국에서 어린이 통학버스 하차확인장치 설치 상태를 점검한 결과 위반사례가 383건이나 적발됐다.

14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한 학원가 앞. 이곳에서는 하차확인장치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을 하지 않는 영어학원 통학버스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차량 시동이 꺼지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리도록 돼 있는 하차확인장치는 통학버스 가장 뒷좌석 쪽에 설치하도록 돼 있다. 알람을 멈추게 하려면 운전자가 맨 뒷좌석 쪽으로 가서 하차확인장치의 벨을 눌러야 한다. 운전석에서부터 맨 뒷자리까지 이동하면서 탑승 어린이들이 전부 내렸는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경기 동두천시에서 4살 여자 아이가 통학버스 안에 7시간 동안이나 방치됐다 숨진 사고를 계기로 하차확인장치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런데 영어학원 통학버스는 시동이 꺼졌는데 하차확인장치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단속 경찰은 운전자에게 “다시 한 번 시동을 켰다가 꺼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운전자는 “어제까지는 울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단속 경찰은 “시동 끌 때마다 뒷좌석까지 가서 버튼을 누르는 걸 귀찮아해 하차확인장치 알람이 울리지 않도록 해놓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5월 서울 양천구에서는 7세 어린이가 태권도 도장 통학버스에 50분간 갇혀 있다가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로 구조됐는데 이 차량에는 하차확인장치가 없었다.

하차확인장치를 차량 맨 뒤쪽뿐 아니라 운전석 바로 아래에까지 2개를 설치해 놓은 경우도 있었다. 시동을 껐을 때 알람이 울리면 뒷좌석까지 가지 않고 운전석에 앉아서도 알람 해제 벨을 누를 수 있게 하기 위한 꼼수다. 6월 30일 대전 서구에서 하차확인장치 설치 여부를 확인하던 경찰은 운전석 바로 아래에도 알람 해제 벨을 설치해 놓은 차량을 적발했다. 학원 관계자는 “장치 설치업자가 ‘매번 뒷좌석까지 가는 건 번거로우니까 서비스 차원에서 운전석 쪽에도 버튼을 달아주겠다’고 해서 설치한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도로교통법상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가 차량 안에 설치된 하차확인장치를 작동하지 않으면 범칙금 13만 원과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하지만 개조나 변조된 하차확인장치를 설치해 주는 업자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 호욱진 경찰청 교통조사계장은 “개조나 변조된 하차확인장치를 설치한 차량 운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고 개변조 장치 설치 업자에 대한 처벌 근거도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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