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더위에 범죄 저지르면 위험” 경고문까지…폭염에 숨막히는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1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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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뉴시스
신화=뉴시스
미국을 강타한 폭염으로 전직 미식축구 선수 등 6명이 숨지는 등 미 전역에서 폭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뉴욕에서는 주말을 앞두고 퇴근길 지하철이 멈춰서는 바람에 폭염 속 ‘지하철 대란’까지 벌어졌다

CNN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중부와 북동부 지역 등 1억5700만 명이 거주하는 지역의 한낮 기온이 화씨 90도 중반(섭씨 약 35도)을 넘어 폭염경보나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습도까지 높아 이 지역의 체감온도는 화씨 100도(37.7도)에서 115도(46.1도)까지 치솟았다. 밤에도 기온이 화씨 80도(26.6도)를 넘는 무더위가 이어졌다. 볼티모어 시는 이날 초저녁 체감온도가 122도(섭씨 50도)까지 올라갔다.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은 인도 뉴델리보다 더웠고, 워싱턴의 체감온도는 데스밸리와 같았으며, 신시내티는 케냐의 나이로비보다 더웠다”고 전했다.

뉴욕, 워싱턴DC 등 10여 개 주요 도시에 폭염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뉴욕 시는 거리에 비상 급수대를 놓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500곳의 폭염 대피소를 설치했다. 21일 예정됐던 뉴욕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대회도 안전을 우려해 취소됐다. 미 CBS뉴스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주 브레인트리 경찰은 페이스북에 “이런 폭염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범죄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월요일까지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는 이색 경고문까지 내걸었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차량 대시보드 위에 2~3시간 올려놓은 비스킷 반죽이 구워지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폭염 피해도 속출했다. 18일 아칸소 주에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야외에서 작업을 하던 전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뉴욕 자이언츠 선수이자 슈퍼볼 우승 멤버였던 미치 페트러스(32)가 열사병으로 숨졌다. 미 CBS는 폭염으로 메릴랜드주 4명, 아칸소와 애리조나주에서 각각 1명씩 모두 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19일 오후 뉴욕에서는 주요 지하철 노선이 철도통제센터의 컴퓨터 이상으로 1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되는 ‘지하철 대란’까지 벌어졌다. 13일 맨해튼 대정전이 벌어진지 지 1주일도 안 돼 뉴욕 시민들은 ‘찜통 지하철’역에서 ‘퇴근 전쟁’을 치러야 했다. 더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트위터에 “우리는 이런 위험한 날씨에 대해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다. 왜 그들(뉴욕시 매트로폴리탄 교통국·MTA)이 준비를 하지 않았는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분노했다. 20일 오후 퀸즈와 롱아일랜드 지역에서는 9000가구가 다시 정전 피해를 입었다.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로커웨이비치를 오가는 뉴욕 지하철 A선과 S선 운행이 중단됐다.

폭염 등 기후 변화의 피해는 지구촌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농무부는 6월 포도나무 개화기에 닥친 폭염으로 올해 와인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6~1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참여과학자들의 모임은 2050년까지 열파지수(heat index·체감온도)가 화씨 105도를 넘는 날의 숫자가 세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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