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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명 이름 한명 한명 불리고… 엄마가 대신 받은 눈물의 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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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명 이름 한명 한명 불리고… 엄마가 대신 받은 눈물의 졸업장

안산=김재희기자 , 안산=신아형기자 입력 2019-02-13 03:00수정 2019-02-13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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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생들 ‘3년 늦은 명예졸업식’
12일 오전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양동영 교장이 희생된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때마다 졸업식장에 마련된 스크린에는 호명된 학생들의 사진이 떠올랐다. 안산=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졸업식이 진행되는 75분간 박수 소리는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12일 오전 10시, 경기 안산시 단원고 강당.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 대신 머리가 희끗한 학부모들이 졸업생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의자 등받이엔 졸업생들의 이름표가 하나하나 붙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이날 졸업하는 학생들 25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나갔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강당 곳곳에서는 울음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교장 선생님의 호명에 단상 앞으로 걸어 나온 졸업생은 아무도 없었다. 졸업장과 졸업앨범은 노란색 보자기에 싸인 채 부모들 품 안에 있었다. 주인 잃은 딸의 학생증을 쓰다듬던 한 어머니는 딸의 이름이 불리자 학생증을 가슴에 갖다 댔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이날 열렸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약 5년 만이다. 세월호에 올랐던 이 학교 2학년 학생 325명 중 75명만 살아 돌아왔다. 희생자 졸업식은 생존 학생들과 함께 2016년 1월 진행하려고 했지만 미수습 시신을 모두 찾은 뒤 아이들을 졸업시키겠다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졸업식이 미뤄져 왔다.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1년 후배인 단원고 졸업생 이희운 씨(21·여)는 이날 단상에 올라 편지를 낭독했다. “오늘이 오기까지 계절이 여러 번 바뀌고 제 친구들은 성인이 되었습니다. 선배님들과 함께 했던 사계절은 예뻤고, 갓 입학해 어색해하던 저희들에게 미소로 다가와 준 선배님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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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에서 아들을 발견한 안주현 군의 어머니 김정해 씨(48)는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아들의 얼굴을 매만졌다. “우리 주현이가 인기 만점이었어요. 이건 검도 하는 사진이고, 이건 태권도 하는 사진이고….”

졸업식이 끝난 뒤에도 부모들은 자녀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서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오영석 군의 어머니 권미화 씨(45)는 의자에 붙은 아들의 이름표를 조심스레 떼어 내면서 “남들은 한 번 쓰고 버리는 건데 저는 두고 가기 마음 아파서 못 가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권 씨는 종이로 된 이름표가 찢어지려 하자 “이거 찢어져서 어떻게 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52)와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던 방인성 목사는 김 씨가 딸의 이름표 떼는 것을 옆에서 도왔다.

이날 졸업식에는 유가족과 교사, 재학생, 졸업생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들도 간간이 보였다. 올해 스물두 살이 된 생존 학생들은 친구가 없는 졸업식장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거나 눈물을 흘렸다.

차마 졸업식장에 오지 못한 부모들도 있었다. 이날 의자 30여 개는 내내 비어 있었다. 유경근 4·16세월호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 외에 무엇이 위로가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장준형 군의 아버지 장훈 씨(50)는 “이 강당은 세월호 사고 직후 부모들이 ‘탑승자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지켜봤던 곳이어서 트라우마가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 부모들은 희생 학생 100명이 잠들어 있는 안산 하늘공원을 찾았다. 부모들은 자녀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는 가로 유골함 앞으로 하나둘 다가섰다. 그러고는 노란 보자기에서 졸업장을 꺼내 사진 앞에 펼쳐 보였다. “오늘이 신욱이 생일인데 졸업식과 겹쳤어요. 생일도 졸업도 축하해 줄 수가 없네요.” 강신욱 군 아버지 강두희 씨(59)는 “신욱이와 나중에 만나 못다 한 얘기를 나눠야겠다”고 했다. 어머니 김경아 씨(56)는 “바빠서 미역국도 못 끓여 왔다”며 졸업식장 의자에서 떼어 온 아들의 이름표를 손수건으로 꼭 감싸 쥐었다.

안산=김재희 jetti@donga.com·신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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