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캣맘’이… 옛 문헌에 소개된 ‘특별한 관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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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고양이 특별전
길냥이 돌보던 ‘묘마마’ 죽음에… 수백마리 고양이가 며칠씩 울어
숙종-숙명공주의 애묘 이야기부터… 변상벽 등 조선시대 고양이 그림도

고양이를 잘 그린다고 해서 ‘변 고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의 묘작도. 조선시대 고양이는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고양이를 잘 그린다고 해서 ‘변 고양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조선 후기 화가 변상벽의 묘작도. 조선시대 고양이는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조선 영조 대 양반 집안에 ‘묘마마(猫媽媽)’가 있었다. 길고양이를 여럿 키우면서 이들에게 비단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였다. 그가 죽었을 때 고양이 수백 마리가 고인의 집 주위에서 며칠 동안 울부짖었다.

조선 후기 문인 이규경(1788∼1856)이 백과사전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의 고양이 항목에서 다룬 묘마마는 지금의 ‘캣맘’과 다를 바가 없다. 조선 시대에도 보금자리 없는 ‘길냥이’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핀 캣맘이 있었던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특별전에는 묘마마를 비롯해 고양이와 인간의 특별한 관계를 다룬 다양한 옛 문헌들이 소개돼 있다. 조선 숙종(1661∼1720)도 고양이의 묘한 매력에 빠진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조선 후기 문신 김시민(1681∼1747)은 자신의 문집(동포집)에서 숙종의 고양이 사랑을 전하고 있다.

숙종은 부친의 묘소에서 우연히 발견해 궁으로 데려와 키우던 고양이 금덕(金德)이 새끼를 낳자 금손(金孫)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숙종은 수라상 고기를 남겨 두었다가 금손이에게 던져주고, 잠자리에 들 때도 자기 곁에 두었다.

왕의 지극한 사랑을 받은 금손이는 숙종이 세상을 떠난 직후 곡기를 끊는 등 주인에게 끝까지 충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왕을 뒤따르듯 20일 만에 죽은 금손이는 숙종의 무덤(명릉) 근처에 묻혔다.

그런가 하면 딸의 지극한 고양이 사랑을 걱정하는 부정(父情)도 눈길을 끈다.

‘너는 시댁에 정성을 다한다고 하거니와 어찌 고양이는 품고 있느냐. 행여 감기에 걸렸거든 약이나 지어 먹어라.’

조선 효종(1619∼1659)이 셋째 딸 숙명공주(1640∼1699)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막 혼인한 어린 딸이 눈치 없이 고양이만 끼고 돌아 시댁 눈 밖에 날까, 감기로 고생할까 염려하는 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이 읽힌다.

이번 전시에선 고양이를 그린 조선 시대 그림들도 선보인다. 조선에서 고양이는 장수를 상징해 자주 그려졌다. 고양이를 뜻하는 한자인 ‘묘(猫)’와 70세 노인을 뜻하는 ‘모(耄)’의 중국어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잘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던 조선 화원 변상벽의 해학적인 그림이 눈길을 끈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열린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국립민속박물관#고양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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