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달시 파켓이 꼽은 ‘기생충’ 속 ‘가장 어려운’ 대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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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15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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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달시 파켓. 사진=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번역가 달시 파켓. 사진=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데미상 최종 후보에 오른 영화 ‘기생충’의 성공 뒤에는 절묘한 영어 자막으로 외국 관객을 사로잡은 번역가 달시 파켓(Darcy Paquet)이 있다.

미국 출신으로, 영화평론가이기도 한 달시 파켓은 ‘기생충’ 대사의 맛을 그대로 살린 영어 번역으로 영어권 관객들도 작품 속 정서와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도록 했다는 평을 받는다.

달시 파켓이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생충’ 번역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기생충’에서 가장 번역하기 어려웠던 부분으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끓인 라면)를 꼽았다.

그는 “(번역할 때) 항상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짧게 쓰는 거다. 대사마다 내가 하고 싶은 번역도 있는데, 스크린에서는 아주 잠깐 나오니까 짧게 써야 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만큼 많이 할 수가 없다”며 “‘기생충’에서는 아무래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잘 모르다 보니 ‘짜파구리’ (번역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모두가 다 아는 라면과 우동을 합쳤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화에서 ‘짜파구리’는 ‘ramdong(ramen+udong)’으로 표현됐다.

이외에도 달시 파켓은 극중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딸 기정에게 아빠 기택이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것 없냐”고 묻는 대사에서 서울대를 ‘옥스퍼드(Oxford)’로 바꾸는 등 대사의 상징성과 뜻을 살렸다.

또 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미국인들이 제일 크게 웃는 부분은 ‘제시카송’”이라며 “한국 사람은 그러한 외우기 방법을 잘 알고 있는데 미국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오히려 더 신선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생충’ 외에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등 150편이 넘는 한국 영화에 참여한 그는 번연하기 가장 어려웠던 작품으로 ‘공작’(2018)을 꼽으며 “대사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외국 관객이 (이해하기)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쉽게 (번역)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옥자’를 제외한 봉준호 감독의 모든 작품에 참여한 그는 봉 감독에 대해서는 “번역, 특히 자막 번역의 과정에 대해서도 잘 이해한다. 그래서 아주 자세한 것도 미리 고민한다”며 “(봉 감독이) 영어도 잘하는데,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과 어려운 부분에 대해 미리 상의하는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의 분위기를 느끼며 ‘기생충’의 성공을 예상했다는 달시 파켓은 아카데미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은 받을 자신이 있는 것 같다”며 “쉽지는 않지만 (다른 부문에서)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20~30%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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