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서태지부터 크라잉넛까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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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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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를 말하다/임진모 지음/328쪽·1만5000원·빅하우스

정사(正史)는 신비롭고 야사(野史)는 흥미롭다. 권력이 만든 ‘알아둬야 하는’ 역사와 ‘알고 싶은’ 민심이 반영된 역사 사이엔 미묘한 긴장이 흐른다. 때론 정사가 갖는 권위와 야사의 말초적인 즐거움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가공할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책엔 한국 가요계의 정사와 야사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엮여 있다. 20여 년간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해온 저자가 인터뷰와 취재자료, 리뷰 등을 토대로 만든 41명의 가수 이야기집이다. 이미자 신중현 조용필부터 서태지와 크라잉넛까지 시대를 주름잡았던 가수들의 음악철학과 음악 외적인 사연이 담겨 있다. 가수를 말하겠다고 했지만 실은 해당 가수가 만들어온 음악의 궤적을 따라 한국 가요사를 짚어본다는 데 의의가 있다.

41명으로 한국 가수들과 가요계를 모두 읊을 수 있을까.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전 의구심부터 든다. ‘과연 이 가수를 다뤘을까’ 하는 두 번째 의심은 ‘영원한 전설’, ‘K-pop 아이콘’ ‘고인이 된 아티스트’ 등 CD 트랙을 연상시키는 목차 앞에서 힘을 잃게 된다. 예상 가능한 가수들은 물론 가요계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가수들도 시쳇말로 ‘깨알같이’ 실려 있다. 이 모든 의혹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자는 가수마다 10쪽 내외로 알차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지루할 틈이 없다.

책에 수록된 비화나 가수의 인터뷰 편집본은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다만 에피소드와 저자 나름의 음악적 평가가 적절히 어우러져 가수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책이 갖는 강점이다. 특히 간간이 소개되는, ‘전설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흥미진진하다. 어디선가 들어는 봤지만 내막은 자세히 모르는 에피소드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마저 안겨준다. ‘가리워진 길’만 김현식의 간택을 얻어 유재하가 봄여름가을겨울을 박차고 나온 이야기, 부활 김태원과 이승철이 소원했던 이유, 당대 최고의 인기가수로 평가받을 것인가 시간이 흐른 뒤 전설이 될 것인가를 둘러싼 남진과 나훈아의 위상 변화 등이 대표적이다.

읽다 보면 소개된 일부 곡을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소개된 곡들을 모두 담은 CD가 수록돼 있어서 책을 읽는 동시에 음악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문학예술#가수#대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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