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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 채용·임금까지 일일이 간섭… 사적 자치 훼손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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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 채용·임금까지 일일이 간섭… 사적 자치 훼손 도 넘었다

동아일보입력 2019-09-23 00:00수정 2019-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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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행태가 우려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이다. 일명 깜깜이 채용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령에 따르면 기업은 입사 지원자의 용모, 키, 체중 등 신체조건을 물어봐서는 안 되고, 출신 지역, 혼인 여부, 재산 등을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 직계존·비속과 형제의 학력 직업 재산을 알 수 없게 했다. 지원자의 업무 능력만 볼 것이지 신체, 출신 지역, 부모 직업을 참작하는 행위는 공정하지 못한 채용 절차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에 필요한 인재인지는 국가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판단할 일이다. 예컨대 지역 마케팅을 위해 특정 지역 출신의 신입사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인종 종교 등에 따른 차별적 채용은 해서도 안 되고, 만약 한다면 당연히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는 기업의 이미지 추락으로 연결돼 기업으로서도 손해다. 이 책임도 해당 기업이 져야 할 일이고 국가가 아닌 주주나 소비자들로부터 감시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올해 12월 시행 예정인 임금분포공시제도 마찬가지다. 남녀 간 임금격차를 시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돼 고용 형태, 직종·직급·직무별 임금 분포까지 공표하는 것으로 확대됐다. 불공정한 임금 격차는 해소돼야 마땅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거나 생산성을 높여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임금을 적게 주는 기업에 창피를 줘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직종 간, 기업 간, 근로자 간 위화감을 조성해 부작용만 키울 우려가 많다.

민간기업에 대해 채용 공고 단계에서 임금조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 역시 정부의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다. 계약단계가 아닌 채용공고 단계부터 임금 수준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라는 것은 지원자의 알 권리를 넘어선 사적 자치의 영역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다. 어느 단계에서 임금 수준을 공개할지는 해당 기업이 알아서 판단하고 그런 기업 행위에 대해서는 입사 지원자가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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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사적 자치의 원칙을 훼손해 민간의 영역에 개입하고 강제하는 국가주의 경향이 부쩍 짙어지고 있다. 모두 이런 저런 명분이야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민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국가 전체의 역동성을 현저히 해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 채용#임금 간섭#남녀 임금격차#임금조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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